매일신문

[사설] 절차 무시한 대표팀 감독 경질 문제 있다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이 전격 경질된 후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8일 현 대표팀의 경기력으로는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이 어렵다며 감독 경질의 이유를 밝혔지만 절차 상 하자가 있기 때문이다. 조 감독도 국가대표팀 감독이 무슨 조기 축구회 감독이냐며 정당한 교체 과정을 밟지 않은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축구대표팀 감독 임면은 회장단의 관여를 배제하기 위해 독립성이 보장된 기술위원회가 결론을 내려 이사회의 추인을 얻도록 돼 있다. 그러나 조 감독 경질 과정에서 기술위원회가 열리지 않았으며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기술위원장과 부회장단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결정돼 제대로 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더구나 황보 위원장은 지난달 선임된 뒤 새 기술위원회를 구성조차 하지 못한 상태이다.

조 감독은 지난달 열린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약체 레바논에 1대 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책임 문제가 불거졌고 대표팀을 독선적으로 운영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으로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많았던 점과 전술의 틀을 바꿔 나가는 상황임을 고려, 그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점들에 대해 기술위원회에 소명할 기회가 주어졌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게다가 조 감독 경질과 관련된 잡음도 들려온다. 그가 현 협회 집행부에 반대하는 재야파 출신으로 파벌 싸움의 희생양이라는 말이 나도는가 하면 후원 기업과 방송사의 입김에 의해 그만두게 됐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축구협회의 후진적 행정으로 대표팀 감독이 파리 목숨 같은 신세가 됐으며 월드컵 본선 진출에 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축구협회의 반성과 책임지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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