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단독범행 맞나"…검찰로 넘어간 의혹들
경찰이 10·26 재보선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전 비서 공모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지었지만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경찰은 한정된 수사 기간에 공씨와 참고인인 박희태 국회의장실 전 의전비서 김모씨, 공성진 전 의원 비서 출신 박모씨의 진술에 의존해 서둘러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일단 국회의장실 비서라는 김씨가 사안의 중대성을 충분히 알았고, 누구 소행인지 밝혀지면 정치적으로 엄청난 후폭풍이 일 것을 예상했음에도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김씨는 디도스 공격 사실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공격을 주도한 공씨에게 "한나라당에 엄청난 악재가 된다"며 우려를 나타냈지만 의장실 등 상부에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공씨 역시 윗선에 자신의 범행을 보고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공격이 이뤄진 후 "큰일 난 것 같다"며 걱정하는 김씨에게 공씨가 "안 잡힐 겁니다. 안 잡힌다고 했습니다"라며 안심시킨 사실은 확인됐다.
이른바 공씨의 '정신적 조언자'라는 김씨가 선거 전날 술자리에서 범행 의사를 밝히는 공씨를 말렸음에도 공씨가 끝내 공격을 감행한 이유도 석연찮다. 경찰은 진술을 토대로 '공씨가 술김에 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을 뿐이다.
이들의 진술을 믿는다고 전제하면 이번 사건은 '공씨가 최구식 의원에 대한 충정으로 나경원 후보 당선을 위해 술기운에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경찰 역시 "진술이 그렇다는 것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수사 기간이 짧아 경찰이 계좌 등 물증이 될 만한 부분을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점도 한계다. 이는 경찰도 아쉬워하는 점이다.
경찰은 공씨 등 관련자들의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으나 조사를 끝내지 못했고, 이들이 휴대전화와 의원실, 사무실 통화내역 외에 다른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는지 등은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당일 본 공격에 앞서 시험 공격이 오전 1시 이후 이뤄졌고, 공씨가 시험이 성공했음을 김씨에게 알렸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김씨는 자신이 술자리를 떠난 시각을 0시께로 진술, 시점이 엇갈리는 점도 여전히 의문이다.
이날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경찰은 공씨의 중·고교 동창으로 디도스 공격을 도운 차모씨 등 관련자 추가 조사와 계좌 분석 등을 통해 수사를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지만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공씨와 강씨 일당이 범행 과정 중 차씨의 실체를 숨기려 한 배경이나 도피 중이던 차씨가 자진으로 경찰에 출두한 배경도 분명하게 검증이 되지 않는다.
공씨와 김씨, 박씨 등 관련자들의 진술에 거짓이 있는지, 범행 대가로 금전 등이 오간 물증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은 이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몫이 됐다. 검찰도 "자백만으로는 의미 없다"며 벼르고 있어 향후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조차 '9급 비서 단독 범행은 나도 안 믿는다'고 했을 정도"라며 "검찰은 전면 재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사건의 몸통을 반드시 밝혀내라"고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개인 진술에만 의존해 결론을 내린 경찰 수사는 이번 사건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일지 모른다는 국민의 의심을 거두기에 한계와 부족함을 노출했다"면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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