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크콘서트 흥행 비결? 입담보다는 '불통의 청춘'과 후련한 소통!

대한민국 '강연 열풍' 강타

토크콘서트 열풍의 시초인 안철수 박경츨 씨의 청춘콘서트
토크콘서트 열풍의 시초인 안철수 박경츨 씨의 청춘콘서트

대한민국에 강연 열풍이 불고 있다. 딱딱하고 지루하게만 인식됐던 강연이 '토크콘서트'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버전업되면서 한결 쉽고 가볍게 대중들과 만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바람을 타고 학교도, 기업체도, 공공기관도 잇따라 명강사를 섭외하고 강연을 기획하는 등 움직임이 부산하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대기업들은 젊은 층을 파고드는 경영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감성을 파고들어 함께 문제를 고민하는 형식의 토크콘서트는 2011년을 풍미한 데 이어 2012년에도 계속 그 인기를 이어나갈 조짐이다.

◆지금은 토크콘서트 열풍

영삼성이 주최하고 삼성그룹과 네이버가 공동 후원하는 청춘 토크콘서트 '열정락(樂)서'. 지난 10월부터 NHN 김상헌 CEO, 김난도 서울대 교수, 가수 인순이, 야구선수 오승환,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 배우 이범수 등 스타급 강연자들이 나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제일모직 갤럭시 '타임리스 토크콘서트'는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해 직접 소통하려는 움직임이다. 아내의 현명한 스타일 내조로 남편의 성공을 응원하자는 취지인 '현명한 아내' 캠페인의 하나로, 배우 김남주, 발레리나 강수진, 이미지 컨설턴트 홍순아 씨와 패션'문화'매너를 주제로 대화했다. LIG는 '3人3色 콘서트'라는 이름 아래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배우 김갑수, 영화감독 류승완의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금융권에서도 토크콘서트가 대세다. 현대카드는 국내외 최고 트렌드 세터들의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들려주는 '슈퍼토크' 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인사들이 강연자로 나서 문화'예술'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정하고 20분 동안 4명이 강연하는 형식으로 온라인에 동영상이 게재되기도 한다. 외환은행은 카드 고객 300명을 초청해 유명인사의 강연을 듣는 '예스 클래스' 행사를 열었으며, 신한은행 역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S20청춘페스티벌'을 통해 사업가, 배우, 가수 등이 함께 강연을 하고 노래도 부르는 형식의 콘서트를 열었다.

토크콘서트 열풍에는 정계도 예외가 아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그의 책 '운명' '검찰을 생각한다' 출판기념회를 대신해 북콘서트를 열었고, 한명숙 전 총리 역시 전주와 대전, 서울 등지를 돌며 '무죄판결 환영 정치콘서트'를 열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박세일 한반도 선진화재단 이사장, 한나라당 원희룡'홍정욱 의원도 청중과 대화하는 행사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팟캐스트 방송이었던 '나는 꼼수다'도 답답한 녹음실을 벗어나 무대에 올랐다.

'토크콘서트'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의원 원장이 3년간 전국을 돌며 돌풍을 일으킨 법륜 스님 기획의 '청춘콘서트'를 그 시초로 볼 수 있다. '불통의 시대'에 '소통'을 내세웠다는 점이 주효한 것이다. 비싼 등록금과 좁은 취업문, 학벌만능주의, 외모우선주의, 비정규직 차별 등 갖가지 문제와 맞닥뜨리고 있는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이들이 해내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청춘콘서트에 참여했던 대학생 김진영(22) 씨는 "지금까지 정치에 무관심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됐다"며 "변화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직장마다 다양한 강연

이런 분위기를 타고 지역에서도 '강연 열풍'이 불고 있다. 각 학교나 관공서, 공기업 등지에서 정기적인 강연회를 통해 다양한 삶의 경험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

대구가톨릭대는 지난달 29일 니콜라스 파비안(Nicolas Fabian) 주한 에콰도르 대사를 초청해 특강을 가졌다. 대가대는 학생들이 고품격 강연을 들으며 글로벌 이슈 등 국제관계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글로벌 환경에 대한 감각을 키우도록 하기 위해 주한 대사 초청특강 릴레이를 열고 있다. 지난 5월 주한 독일 대사, 6월 주한 브라질 대사, 10월 주한 페루 대사가 초청됐다. 대가대는 '인성교양 특강'이라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정직하고 성실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이해인 수녀와 전 WBA챔피언 홍수환 씨, 야구선수 양준혁 씨,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 등 매 학기 3, 4명의 강연자를 초청해 특별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대구도시공사는 2006년 6월부터 격주에 한번 꼴로 '비상포럼'이라는 강연을 열고 있다. 벌써 127차를 맞은 이 강연에는 도시공사의 업무와 관련된 도시계획, 건축, 토목 분야의 전문가에서부터 건강, 문화, 재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연자로 나선다. 대구도시공사 김진희 차장은 "건설 분야에 관련된 공기업이다 보니 자칫 감성이 메마르기 쉽고 편향된 지식만 갖게 된다는 한계가 있어 직원들을 상대로 이런 강연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구시교육청에는 7년을 이어가고 있는 저자 강연회가 있다. 2005년부터 시작된 교육청 직원 '책읽기 3S(Same People, Same Book, Same Mind) 운동'의 하나로 저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강연을 제공하고 있는 것. 이어령 교수를 비롯해 한비야, 신경숙 씨 등 저자 80여 명이 대구를 다녀갔다. 한원경 장학관은 "대구시교육청을 다녀가지 않으면 유명한 저자가 아니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이제는 널리 알려진 강연이 됐다"고 자랑했다.

대구지방경찰청 기동대에서도 매달 한 차례 직장훈련의 하나로 강연을 열고 있다. 기동대의 특성상 젊은 경찰관들이 많다 보니 내부 선배들의 경험담을 통해 현장 경험과 실무 노하우를 익히기도 하고, 다양한 외부 강사진을 통해 친절교육과 인권의식 등에 대해 배우기도 한다.

◆강연자 섭외가 관건

하지만 지역의 문제는 강연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미 사람들의 수준은 언론을 통해 언급된 유명인사들에게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 보니 이를 충족시켜줄 만한 실력 있고 감동 있는 강연자를 섭외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닌 것.

한 공무원은 "유명 강연자를 모시고 싶지만 강연료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예산 사정상 여의치 않고, 또 비싼 강연료를 지불한다 하더라도 대구까지 오고 가는 데 하루가 꼬박 소요되다 보니 강연자들이 꺼리는 경우가 많아 섭외에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지역에서는 주로 각 대학의 교수와 금융권 관계자, 의사 등이 강연자로 나서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때문에 각 기관들마다 인맥을 동원해 섭외의 기술을 선보이기도 한다. 대가대는 교수는 물론 총장까지 나서 강연자를 초청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직원 책읽기 운동을 통해 수백 권의 책을 구매하는 '구매 파워'가 섭외에 큰 도움이 된다. 한원경 장학관은 "저자들이 일반 강연 초청보다는 독자들과의 만남이라는 데 대해서 훨씬 더 매력을 느끼다 보니 섭외가 한결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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