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폐지 재활용을 위해 시작한 일이 어려운 이웃돕기로 이어졌네요."
대구산업정보대학 유아교육과 이수민(30·3학년) 씨는 별명이 '폐지 줍는 기부천사'다. 이 씨는 수업이 없는 주말이면 자신이 사는 대구 수성구 황금동 일대를 돌며 폐지와 박스를 줍는다. 가게를 방문해 폐지와 박스를 수거할 때면 가게 주인에게 반드시 묻는 질문이 있다. "혹시 폐지를 수거하는 분이 있나요?"다. 자신 때문에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
'여대생'과 '폐지 수거'. 어울릴 법하지 않은 이 일에 이 씨가 나선 것은 가난 때문이 아니다. 이 씨는 3년 전 대학에 입학한 후부터 폐지를 팔아 모은 돈을 꼬박꼬박 지역의 홀몸노인이나 이주 여성들이 사는 쉼터에 기부하고 있다. 폐지 수거로 모은 월 평균 5만원에다 어린이집 보조교사를 하며 받는 월급 일부를 보태 어려운 이웃에게 간식거리 등을 사드리고 있는 것.
"처음엔 폐지를 재활용하자는 뜻에서 시작했는데 폐지를 주워 판 돈을 고향(경남 거창)의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본격적으로 폐지 줍기를 통한 이웃돕기를 해보자고 결심했죠."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던 이 씨는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2009년 대구산업정보대학 유아교육과에 입학했다. 폐지와의 인연은 입학 당시 학생지원처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면서 시작됐다.
"사무실에 폐지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어요. 이걸 재활용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폐지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폐지 재활용도 되고 이웃도 돕고 일석이조더군요."
이 씨는 근로장학생을 그만둔 뒤에는 주말마다 집 주변 가게를 찾아다니며 본격적으로 폐지와 박스를 주웠다. 폐지 수거에 나설 때면 아버지의 낡은 소형 승합차를 끌고 골목을 누빈다. 작은 차 안에 가득 실린 폐지를 고물상에 팔 때면 피로가 가시고 뿌듯하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의 코스가 일정하기 때문에 그분들이 다니지 않는 곳을 골라 폐지를 수거하고 있어요. 폐지를 줍다가 폐지 줍는 노인들을 만나면 현장에서 바로 기부하기도 해요."
이 씨는 "폐지를 주워서 하는 기부는 그냥 내 돈을 내놓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며 "졸업 후 대학원 진학과 유아교육 교사의 길을 두고 고민 중인데, 어떤 일을 하든 폐지를 주워 이웃과 함께하는 이 일은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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