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독일의 상징주의 화가 아르놀트 뵈클린(1827~1901)의 1883년 작 '사자(死者)의 섬'이다. 그림 중앙에 온통 암흑으로 드리워진 사이프러스 나무 숲은 고요하고 아무런 형태가 없는 심연(深淵)을 형성하며 무한으로 향하는 미지의 세계, 즉 알 수 없는 죽음의 공간을 나타내고 있다. 앞에는 검은 옷의 뱃사공이 노를 젓고 하얀 옷을 입은 '죽음의 사자(使者)'가 꼿꼿한 자세로 서서 암흑의 섬을 바라보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이란 최후의 여행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동양철학에서는 '죽음'을 사이불사(死而不死)라고 했다. 인간은 누구나 천수(天壽)를 누린 끝에 영혼은 육신에서 벗어나 먼 길을 떠나지만 죽음은 결코 죽음이 아니라 다시 태어난다는 윤회의 이치를 새삼 깨닫게 한다. 또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아 올 것이다.
작가 아르놀트 뵈클린은 스위스의 바젤에서 태어났으나 독일 뒤셀도르프 아카데미에서 수학한 후 이탈리아 르네상스와 남프랑스의 풍경화에 매료된 상징주의 화가이다. 50대 중후반(1880~1886) 형이상학적 미술이론에 심취한 그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활동하면서 그 무렵 산 미켈레 공동묘지의 입지와 마리아가 묻혀 있다는 피렌체의 묘지에 대한 건축양식에 매료되어 죽음을 의식하는 다섯 가지 버전의 작품을 연작으로 남겼다. 그 중 네 번째 작인 '사자의 섬'은 당시 평단에서 한없이 고요한 공간을 그리고자 했던 작가의 소망이 가장 잘 표현된 작품으로 평가했다. 현재 독일 베를린의 국립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이미애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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