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1-할아버지가 되니
이제 겨우 오십이 넘었는데 어느덧 할아버지가 되었다.
성격까지도 나를 꼭 닮은 조카가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았는데, 이 아기마저 지 애비를 빼닮아서 형님은 우리 셋을 보고 '트리오'라고 했다.
남편을 닮아서 아기가 더 예쁘다고 하는 질부(姪婦)는 처음 아기를 가졌을 때, 아들 둘 딸 하나, 이렇게 셋을 낳아 아이들이 떠들며 노는 모습을 보면 행복할 거라고 했다. 그런데 산후조리원에서 몸 풀고 있는 질부에게 축하금을 전해 주면서 첫아기 순산했으니, 둘째도 순산할 거라고 했더니 손사래를 치며 다시는 아기 안 낳을 거라고 한다.
그저 조카가 듬직하고 질부가 예쁘고 아기는 더 예뻐서 곁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꽤나 고생했나 보다.
노산에다가 임신당뇨 때문에 제왕절개로 수술을 못하고 자연분만을 하게 되었는데 4.5㎏의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으니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입술이 불어터졌고, 그래도 초유를 먹이려는 그 모정을 보면서 작은할아버지 된 기쁨을 두 번 누리고자 했던 것이 나의 욕심일까 싶었다.
내 자식 낳을 때는 내가 철이 없었던지 그 고통과 기쁨을 이만치 만끽하지 못했으나, 나 닮은 장조카가 저를 쏙 빼닮은 아기를 낳았으니 얼마나 예쁘던지!
아기의 모습을 생각만 해도 흐뭇한 웃음이 나고 자꾸만 보고 싶은 게 이것이 내리사랑인가보다. 나도 할아버지다.
김병욱(대구 북구 태전동)
♥수필2-폼나게 잘사는 이유
인생살이를 새옹지마나 전화위복에 비유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외줄 타는 어릿광대처럼 고락을 친구 삼아 살아가는 것이 정해진 운명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도 쥐구멍에 볕 들듯이 하루아침에 인생역전이 되어 쨍하고 해 뜰 날처럼 잘 사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부자도 어느 날 갑자기 가산을 탕진하여 한순간에 패가망신당하는 쪽박 인생도 있다. 인간은 모름지기 영원한 행복도 절망도 없는 빛과 그림자처럼 희비 쌍곡선이 공존하는 존재라 생각한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사이기에 돈 많다고 자랑하지 말고 돈 없다고 비굴하게 살지는 말아야겠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때로는 바보처럼 손해도 감수하면서 남을 위해 조금씩 베풀며 사는 것이 인생을 폼나게 멋지게 살아가는 비결이라 생각한다.
김영욱(경산시 하양읍)
♥수필3-새 송이 다듬다가
새송이버섯을 다듬다 보니 거실 긴 탁자에 모여 앉은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몽글몽글 꽃송이보다 더 예쁜 아이들이 열심히 숙제를 하고 있다. 결혼 9년 만에 첫째가 생겨나자 연년생으로 기쁨이 되어준 아이들. 뉘집 며느리 아이 못 낳는다는 소문이 무서워 이사를 하였는데 그 집터가 삼신(三神) 터였던지! 저렇게 우애 있는 아이들이 내 곁에 있다. 새송이버섯의 굵고 중심이 되는 큰 것에 양 갈래로 체격을 자랑하듯 붙은 것을 떼어 놓으며 내 아이들 같다는 생각에 돌아다보았다.
누가 이렇게 큰 선물을 나에게 주었을까? 어떻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지! 얄팍하게 썬 새송이버섯에 계란 발라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저녁 밥상.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이 아이들이다. 나를 엄마라 불러 주는 아이들이다.
류승찬(대구 수성구 범어3동)
♥시1-나를 먹어버린 나의 귀
내가 나이를 먹으니까 귀도 나를 먹는지
나의 귀는 나를 몰라본다.
저만치서 나에게 외치는 소리를
나의 귀가 먹어버린 모양이다.
소리가 메아리 되어 돌아와도
나의 귀는 열리질 않고
귓전을 맴돌 뿐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귀도 아는 모양이다.
소리까지 먹어버리는 걸 보면
여관구(경산시 사동)
♥시2-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내 발치엔 빛나는 보석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당신 것이고 또 하나는 내 것이겠지요.
빛나는 보석은 아름답지만 차갑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내 발치에 묻어두고
따듯한 나무 밑동을 찾으려 가려합니다.
내 곁에 함께하는 다람쥐와 잔디와 햇살이
보석의 차가움을 잊게 해줍니다.
내가 언젠가 다시 당신을 만난다면
아름답지만 차가운 보석 대신
한 줌의 따사로운 흙을 당신의 손에 쥐어주려 합니다.
그때 다시 그렇게 만난다면, 당신도 지렁이와 친구가 될 수 있겠지요?
오늘도 당신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차가운 땅을 파고 또 팝니다.
보석은 이미 없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이 세상 어디엔가, 빛나는 돌을 보고 보석이라 칭하지 않는 이를 만나게 된다면
그와 내가 손을 맞잡고 미동조차 하지 않는 당신의 심장을 향해
첫사랑의 두근거림으로 고백하고 싶습니다.
이 세상의 보석은 빛나는 돌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라고
그 어떤 빛나는 돌이 아닌
바로 "너"라고
신민지(대구 북구 관음동)
※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한규필(대구 동구 신무동)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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