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코노 피플] 명예퇴직 하정국 대구지방국세청 국장

"끝이구나 생각하면 정말 끝나 위기 극복한 사람은 전문가 돼"

정년을 1년 앞두고 23일 명예퇴직하는 하정국 대구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은
정년을 1년 앞두고 23일 명예퇴직하는 하정국 대구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은 "가족보다 더 오래 보는 동료들과 많은 정을 나누라"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위기가 있으면 반드시 기회가 있습니다. '이제 끝이구나'라고 여기면 정말 끝입니다. 맡은 자리에서 열정을 불사르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정국(사진) 대구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은 동료 직원들과 찍은 사진들을 한 장씩 넘겨보다 잠시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1974년 까까머리 약관의 나이에 발들인 동대구세무서 시절 흑백사진부터 눈처럼 덮인 귀밑머리의 최근 기억까지. 사진 속 동료들의 얼굴로 자신의 세무공직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명예퇴직을 정년보다 1년 앞당겨 신청했지만 막상 퇴직이 결정되고 나니 하루하루가 지난 37년을 되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이네요."

하 국장은 고속 승진을 통해 세무공무원의 꽃이라 불리는 국장급에 올랐다. '법인세 전문가'라는 국세청 내부 별칭과 무관하지 않았다. '전문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건 '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1980년 일은 어려웠고 야근이 잦아 기피부서로 통하던 법인세 업무를 맡게 된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이었다. 위기는 혼자 오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1986년 사소한 복무감찰에 적발돼 포항으로 좌천됐다. 하지만 당시 포항제철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우후죽순 들어섰던 포항은 그의 법인 관련 업무에 날개를 달아줬다. 1990년 대구지방국세청 법인세과로 복귀한 뒤 지역경제 동향 분석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특히 1990년대 초반은 대구의 경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하 국장은 대구경북지역 경제 쇠퇴가 안타깝다. 특히 수도권 중심의 경제가 지역의 활로를 점점 옥죄고 있어서다. 하 국장은 대형제조업체가 있어야 대구경북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구경북은 원래 하나였습니다. 대구는 인적 자원이 많고 경북은 땅이 넓지 않습니까. 각자의 장점을 살린다면 융성기를 다시 맞을 수 있을 겁니다."

23일 대구지방국세청 강당에서 열리는 퇴임식 이후 내년 2월부터 대구의 한 세무법인에서 일할 계획인 하 국장은 "직장에서 가족보다 더 오래 보는 동료들과 많은 정을 나누길 바란다"고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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