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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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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1세인 윤동녀 할머니는 폐지를 주워 팔아 모은 돈으로 문경시에 매년 조금씩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냈다. 최근 6년 동안 2천300여만 원이나 된다. 손중기(70) 할아버지는 지난 21일 돌아가셨다. 손 할아버지는 2009년에 한 약속대로 자신의 전 재산인 전세보증금 3천60만 원과 잔고가 80만 원인 통장을 서울사회복지기금회에 맡겼다. 천사 할머니로 불린 김춘희 할머니도 있다. 평소에도 잦은 기부로 널리 알려진 김 할머니는 옥탑방 전세금 1천500만 원과 시신까지 기증하고, 지난해 85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세 분은 모두 힘겹게 살았다. 두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평생 혼자였다. 손 할아버지도 비슷한 처지로 자식이 없었다. 1995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쓰레기 수거 등으로 생계를 꾸렸다. 누가 봐도 남을 돕기는커녕 도움을 받아도 시원찮을 정도의 살림살이였다. 하지만 세 분은 자신이 가진 재산을 미련도, 조건도 없이 그냥 다른 이들에게 돌려주었다. 이분들의 말도 유쾌하다. 윤 할머니는 "폐지가 동네에서 나온 것이니 폐지 판 돈을 동네를 위해 쓰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서 기부했다"고 했다. 손 할아버지는 "다 돌려주고 나니 편안하다"고 했고, 김 할머니는 남을 도울 때마다 "더 줄 게 없어 미안해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말이다.

연말이다. 이때쯤이면 기부와 선행 기사가 줄을 잇는다.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럼에도 이 세 분을 먼저 기억하는 것은 마지막 남은 것까지 이웃을 위해 다 써버린 아름다운 마음 때문이다. 어느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영원히 울리지 않을 것 같던 예배당의 종을 울리게 한 것은 부자의 황금도, 석학의 지식도, 임금의 왕관도 아니었다. 초라한 차림의 한 아이가 낸 동전 몇 닢이었다.

이 동전은 아이가 형과 함께 오랫동안 아껴 모은 이들 형제의 전 재산이었다. 길에 쓰러진 다른 사람을 도우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 형은 1년 동안 벼른 크리스마스 이브 예배에 참석도 못 했다. 가난하지만 남을 돕고, 마지막 남은 것까지도 아낌없이 내놓은 형제의 마음이 하늘에 닿아 종을 울리게 한 것이다. 세 분의 이웃 돕기 마음도 이 형제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 분의 마음이 하늘과 땅에 오롯이 닿기 바란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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