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천국의 젓가락

"고객님, 사랑이 가득한 ○○사 상담원 ○○○입니다. ♪♬"

텔레마케팅 전화나 콜센터 직원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한결같이 '솔'(Sol) 음을 낸다. 660㎐ 진동음인 '솔'이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고 알려지다 보니 현대사회는 '솔의 마법'에 걸려들었다. 제조업 기반이 붕괴되고 일자리라고는 서비스업종만 남은 요즘 '솔 마케팅'이 범람하면서 사람들은 낯선 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고 억지웃음을 지어야 살 수 있는 '감정 노동자'가 되었다. 감정마저 상업용으로 소비되는 '경제행위'가 된 것이다.

감정 표현이 풍부해야 공감 능력도 높아진다. 보톡스 주사가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를 봐도 그렇다. 신경 독성물질이자 생화학무기의 원료인 보툴리눔(botulinum)을 극도로 희석시켜 만든 보톡스를 많이 맞으면 근육이 일정 부분 마비돼 표정 짓기가 어색해진다. 그 피드백 작용으로 인해 남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둔화된다는 것이다.

타자와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건강한 사회일진대 불행히도 우리 사회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유령이 배회하는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공감 능력은 쓸모없는 사치스런 감정으로 치부된다. 가면을 쓰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남의 감정을 읽기도 힘들다.

교육에서 희망을 찾고 싶은데 현실은 암담하다. 경쟁만 강조하는 우리네 교육은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공감 능력을 빼앗고 있다. 아이들은 지금 자신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줄 사람을 애타게 찾고 있다. 자기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 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살 용기를 찾을 수 있다. 입시에 숨이 막혀서, 모진 괴롭힘을 당해서 눈물로 밤을 지새우다 아파트 발코니 위로 올라서는 어린 꽃들에게 대한민국은 지옥이었을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 발전의 동력이었던 교육은 이제 미래를 좀먹고 가정을 파괴하는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하기야 교육 당국만을 탓할 것도 못 된다. 교육 풍조와 시스템이 우리 사회의 집합의식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反)사회적 인격 장애자'를 뜻하는 '소시오패스'(Socioppath)가 별건가. 타인의 고통에 둔감하고, 양심과 책임감이 결여돼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개인의 이익을 위해 집단의 위험도 감수하고, 매사에 냉정하고 타인의 말에 공감하지 않는 소시오패스적 이데올로기를 입시라는 명분 아래 아이들에게 주입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자.

얼마 전 감명 깊은 이야기를 읽었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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