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 미처 피어나지도 못하고 작별을 고한 나의 아이들아, 너희들 가는 길 선생님도 아프고, 친구들도 아프단다. 이제 너희들을 가슴에 묻는다. 부디 잘 가거라. 가서 편히 쉬어라. 나의 아이들아."
29일 오전 9시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A(13) 군이 다녔던 대구 수성구의 중학교 시청각실에서 열린 종업식에서 교감의 추도사가 낮게 깔렸다.
그러자 어두운 낯빛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학생들이 하나둘씩 훌쩍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일부 학생은 감정이 복받쳐 올라 고개를 아래로 묻고 흐느꼈다. 교사들도 A군과의 아쉬운 작별에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겨울방학을 맞아 신나는 종업식 현장이 돼야 할 자리였지만 A군의 같은 반 학생 40여 명과 교사 10여 명, 각 학년 학부모 대표 3명의 얼굴엔 눈물만 흘렀다. 눈물의 종업식은 A군은 물론 5개월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학교 B(13) 양을 추모하는 자리도 함께 마련됐다.
각 학년 학부모 대표들은 "올해 어린 학생들의 죽음이 잇따라 매우 안타깝다. 학부모 대표로서 그들을 애도하고 남은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종업식에 참석했다"며 "내년부터는 절대 이 같은 아픈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 학생은 "며칠 전에도 함께 놀았던 친구가 지금 없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부디 좋은 곳에서 잘 지냈으면 좋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종업식을 진행한 이 학교 교감은 학생들에게 "방학 중 여러분에게 자주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을 테니 걱정이 있으면 터놓고 함께 고민해주길 바란다"며 "내년에 개학을 하면 밝은 모습을 되찾은 여러분과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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