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학생 자살' 가해자 3명 사법처리

'중학생 자살' 가해자 3명 사법처리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수사 결과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에 대한 물고문을 사전에 모의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까지 주고 받았고 A(14)군이 유서에 쓴 대로 대부분의 가혹행위를 실제로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형사 미성년자(만14세)를 갓 넘긴 어린 나이지만 범행 기간이 길고 자살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점, 일부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점 등을 들어 이례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구속영장 신청 = 대구 수성경찰서는 29일 당초 가해자로 지목된 B, C 학생 등 2명에 대해 이들이 숨진 A(14)군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금품을 갈취하는 한편 협박과 공갈을 일삼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상 상습상해, 상습강요, 상습공갈, 상습협박)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당초 숨진 A군의 유서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이들과 함께 수시로 A군 집에 드나들면서 A군을 수 차례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폭행)로 또다른 동급생 D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B, C군의 구속 또는 불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는 내달 2일 또는 3일께 있을 예정이어서 이들의 신병 처리도 이때 결정될 예정이다.

◇물고문= 경찰조사 결과 B, C군은 A군이 유서에 쓴 대로 함께 물고문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A군이 숨지기 엿새 전인 지난 14일 세면대에 물을 받아놓고 A군의 머리를 강제로 물속에 밀어넣는 등 한 차례 물고문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이틀 뒤인 16일에는 한 명이 "내일, 모레 계속 물에 처넣자"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상대방은 "이번에는 너도 도와라"는 내용의 답장을 보내는 등 물고문을 사전 모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의 일부 진술이 엇갈리고는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동 범행을 한 것이 분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자메시지 및 폭행 = 이들은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협박성 메시지 174건을 포함해 모두 230여 건의 문자 메시지를 A군에게 수시로 보내고 자신들의 인터넷 게임 아이템 확보를 위한 온라인 게임을 대신 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협박성 메시지에는 '게임할 때 문자해라. 늦을수록 너한테 안좋을 거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들은 또 A군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A군의 집에 있던 목검, 단소, 격투기용 글러브 등을 이용해 각각 39차례와 19차례씩 A군을 상습적으로 폭행, 엉덩이와 허벅지 등 전신에 상처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게임 및 숙제 강요 = 경찰은 지난 3월 이후 B군의 아이디(ID)로 인터넷 온라인 게임에 접속된 845차례의 기록을 확인한 결과 이 가운데 162차례가 A군의 집에서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따라 경찰은 B, C군이 자신들의 아이템 확보를 위해 A군에게 지속적으로 게임을 대신하도록 강요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B, C군은 이와함께 지난 10월 중순부터 5차례에 걸쳐 연습장에 영어숙제를 하게 하는 일명 '빡지'를 A군이 대신하도록 강요했던 사실도 조사 결과 드러났다.

◇갈취 = B, C군은 A군의 집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라면과 과자 등 음식물을 마음대로 먹고 등산복을 구매하게 한 뒤 이를 빼앗는 등 모두 82만3천원 상당의 물품을 빼앗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은 또 A군의 예금통장에서 7차례에 걸쳐 14만5천원 상당의 현금을 인출하도록 해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A군의 통장에서 6차례에 걸쳐 61만원이 인출된 점으로 미뤄 갈취한 금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D군의 혐의는 = D군은 지난 4월께 A군이 '약속 시간에 늦게 왔다'거나 '다른 친구와 놀았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거나 무릎을 꿇리고 손을 들게하는 등 모두 7차례에 걸쳐 폭행과 갈취 등의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D군이 A군에게 추후에 사과하고 화해한 사실, B, C군에 비해 폭행 정도가 경미한 점 등을 감안해 불구속 처분키로 했다.

◇기타 = 경찰은 이들 외에 A군의 집에 수시로 드나든 것으로 알려진 학생 4명 가운데 1명은 아파트 CC(폐쇄회로)TV에 중복 촬영된 것으로 판단했으나 이들 모두가 A군 폭행에 가담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일명 '신상털기'를 하거나 가해 학생 등의 사진과 이름 등 신상정보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 유포한 네티즌 8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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