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부문 당선자 권우상(부산시 북구 화명2동'사진) 씨는 1941년생으로 71세다. 아들 두 명에 손자 손녀 넷을 둔 할아버지로 동시분야 신춘문예 전국 최고령 당선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시간의 파괴력 앞에 허물어지지 않는 것은 없고, 동심(童心)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71세의 노인은 어린이의 동심을 노래하기에는 너무 먼 나이와 현실에 닿아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권우상 씨의 당선작품 '아버지의 지게'는 요즘 흔히 동시나 동화에 등장하는 소재인 풀, 들짐승과 날짐승, 곤충, 친구와 다툼이나 우정이 아니라 아버지와 지게를 소재로 하고 있다. 평생 쉬지 않고 일했던 내 아버지, 당신의 등에 몸의 일부처럼 붙어 있던 삶의 무게를 소재로 쓴 작품이다.
권 당선자는 "경북 성주가 고향인 내 아버지는 가난했다.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종일 일하시는 모습이었다. 농사로는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워 경북 김천으로 가서 공장을 운영하기도 했는데 잘 안 되었다. 아버지는 공장을 운영하면서도 수시로 고향 성주로 가 농사를 지으셨다"고 말했다.
권 씨는 "12세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고된 노동을 보면서, 지독한 가난을 체험하면서 가난을 잊을 수 있는 길은 글을 쓰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1970년대부터 신춘문예에 응모했다. 적어도 2년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응모했다. 정말 죽으라고 응모했는데, 안 되더라. 벼룩시장이나 신문에 독자투고를 해서 실리기는 했지만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영광스러운 소식을 받고 보니 참 기쁘다"고 말했다.
권 당선자는 써놓은 작품이 많지만 수준이 떨어지고, 쓸 만한 것은 40여 편 정도라고 말한다. 이제 문단에 발을 들여놓는 신춘문예 응모자에게 쓸 만한 작품이 40편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난한 도전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70대의 나이에 동심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그는 "일부러 꾸민다고 어린이의 마음이 생기겠느냐. 내가 열 살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내 눈에 비쳤던 아버지의 모습을, 그때의 내 느낌을 그대로 썼다"고 말했다. 그는 "동심은 어린이의 마음인데, 요즘 동시를 보면 어른의 시를 쉬운 언어로 고쳐 썼을 뿐이라는 느낌이 든다" 며 "70이 된 노인에게도 어린 시절은 있었고, 나는 내 어린 날들의 이야기, 그 시절의 마음을 썼다"고 말했다.
권 씨는 당선작 '아버지의 지게'는 10여 년 전에 처음 쓴 것이고, 이후 개작을 거듭해 올해 최종 수정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당선작은 2012년 1월 2일자에 발표된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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