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실정법 준수는 이념과 상관없이 반드시 지켜야"…홍영규 국회 경비대장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 대한민국 국회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정책 방향을 둘러싼 정당 간의 정쟁, 당내 계파 간 갈등도 끊이지 않지만 선량(選良)들을 향한 각종 이익단체의 민원성 집회도 수시로 열리기 때문이다. 최근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등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에는 초긴장 상태가 며칠씩 이어지곤 한다.

국회 의원회관 뒤편에 자리잡은 홍영규(47'총경) 국회경비대장의 사무실도 하루 종일 시끌벅적하다. 무전기에서는 국회 주변의 동향을 보고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휴대전화 벨도 5분이 멀다 하고 계속 울려댄다. 서울경찰청 차장 직속인 국회경비대는 경찰관'의경 180여 명으로, 국회의 질서 유지와 국회의장 경호 및 의장 공관 경비를 맡고 있다.

"한마디로 긴장의 연속입니다. 국회 경내에서는 원천적으로 집회가 금지돼 있지만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거든요. 그 때문에 식사는 거의 구내식당에서 하고, 24시간 비상대기 상태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부임한 홍 대장은 경찰대 3기 출신이다. 주요 경력은 수사 분야에서 쌓았다. 서울 시내 경찰서 조사계장을 지내다 경정으로 승진한 1998년 대구로 내려와 남부서 수사과장, 달서서 형사과장, 대구경찰청 폭력계장과 강력계장을 지내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단속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둬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

"원래 꿈은 의사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의대에 갔더라면 외과 전문의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지만 고교 3학년 때 경찰대 선배들이 멋지게 제복을 차려입은 모습에 반해 공직에 몸담게 됐습니다."

그는 20여 년의 경찰관 생활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2002년 9월 대구 개구리소년 유해 발굴 수사를 꼽았다. "점심을 먹다가 등산객들이 유해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듣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1991년 실종된 개구리소년들일 것이란 직감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온갖 고생 끝에도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안타깝습니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올 초까지 3년간 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에서 주재관으로 근무한 것도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귀띔했다. 경찰 고급간부로서 지휘 경험은 풍부하지만 자칫 현장은 모르는 위험에 빠질 수 있는데 직접 발로 뛰면서 민원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선진국이 아닌 나라에서의 근무는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우리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공권력 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있지만 실정법 준수는 각자의 이념을 떠나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한층 성숙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경찰도 스스로 문턱을 낮추고 사회적 약자에 다가서려는 노력이 있어야겠지요."

군위 효령면이 고향인 홍 대장은 대구 달성초교, 능인중, 달성고를 나왔으며 연세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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