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우리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애국가 부르는 소리입니다. 하루 종일 음정, 박자, 발음 하나도 안 맞게 흥얼거리는 소리입니다. 한글은 모르지만 애국가라도 부를 줄 알면 혹시 비자를 연장해 주려나 싶어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쥬벨. 파키스탄 사람, 8남매 중 장남, 한국에 온 지 6년. 우리 집에서 5년 일했습니다. 돈도 많이 벌었지만 본국에 있는 동생들 공부시키고, 출가시키고, 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 병원비,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어머니 약값 대느라 정작 모아둔 돈은 없습니다.
결혼하고 바로 나와서 이때까지 한국에서 돈 버느라 부인 얼굴도 잘 기억 안 난다고 하면서도 아직까지는 한국서 돈을 조금 더 벌어가야 한다고 비자 연장이 안 되느냐고 매일 울상입니다. 한숨만 내쉬고 있습니다. 쥬벨은 웃음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부인은 울면서 오라고 한다지만 지금 가면 옛날하고 똑같이 빈털터리라고, 가족과 떨어져 고생만 죽도록 하고 돈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올 3월이면 비자 만기가 됩니다. 숙련공 비자를 받기 위해 열심히 한글 공부를 해보지만 낮엔 일하고 밤엔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 어렵기만 합니다. 한국말은 잘합니다.
이런 쥬벨에게 비자를 주실 수 없나요? 도와주십시오. 저희는 대구 이현공단에서 유리 제조, 판매, 건설업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유리라고 하니 신규 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고 나이 많은 사람도 한국 사람은 일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위험하고, 무겁고 힘든 일이라 그렇습니다.
파키스탄 사람만 5명이 일했으나 다 비자 만기가 되어서 가고 이제 두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내년이 환갑인 사장님과 제(56살 여자)가 일합니다. 남자도 하기 힘들어하는 유리를 들고 일을 하다 보니 인대가 늘어나고 온몸이 아파 죽을 지경이지만 공장문을 닫을 수는 없어 일을 해야 합니다. 아들이 한 명 있지만 군 복무 중이고요.
쥬벨. 5년씩 일했으니 완전 숙련공입니다. 말 그대로 숙련공인데 꼭 한글 3급을 따야 비자를 줄 수 있다네요. 일 잘할 줄 알면 숙련공인데….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시면 안 되나요? 우리처럼 영세 규모로 일하는 곳은 인력난에 모두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 놓여 있습니다. 제발 쉽게 경력만으로 숙련공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유정엽/인터넷 투고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