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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의 시와 함께] 아양교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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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비누거품이 된 금호강

저녁햇살 타고 누나의 긴 목소리.

강둑 위를 통통 굴러 왔었지.

아양교 건너 작은 고개 큰 고개 오를 때

사과 상자 가득 실은 구루마.

당기는 말등 짙은 벽돌색으로 젖어 헉헉

연방 고함 지르며 밀어대는

아버지 땀 흐르는 목소리 지금도 힘겹다.

나무상자에 무릎 맞대고 앉아 흔들리는 홍옥들만

수학여행 떠나는 기차만큼 신 나 있었다.

아직도 군용트럭 소리가 굴러다니는 자갈밭

운전병 기합소리는 메꽃으로 하늘거리고

아버지 어깨가 일찍 기울어진 이유를

알겠다.

칠성시장 도착하기까지

그 먼 시간 달려오고 있었던가 보다.

금호강물 아양교 발목잡고 끄르륵대고 있다.

  -'아양교에 서서' 부분

'홀로서기'라는 시집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는 서정윤 시인의 최근작입니다. 시인은 아양교 다리 위에서 금호강을 바라보고 있네요. 강의 이미지는 힘이 셉니다. 그래서 강을 바라보는 사람은 삶, 역사, 시간 등을 떠올릴 수밖에 없지요. 이 시도 그 이미지의 힘 속에 살아 있습니다.

강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 과거와 현재는 강물의 흐름처럼 맞물려 있습니다. 이 시에 과거와 현재가 한 몸으로 섞여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인의 마음속에서 홍옥을 가득 실은 아버지의 말 수레는 영원히 칠성시장에 도착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칠성시장이 멀어서가 아닙니다. 금호강물이 아양교 발목잡고 머물려 하듯, 아버지에게로 흐르는 기억이 시인의 마음속에서 흐르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끄르륵대는 건 강물일까요, 시인일까요? 시인에게 물어보시길.

시인·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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