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등클라이머스의 여성 회원 석명희(44) 씨는 첫 등반 때 에피소드를 남겼다. 지난해 5월 자신만만하게 의령 신반암장에 올랐지만, 적지 않은 몸무게 탓에 등반자가 떨어지지 않도록 아래에서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는 '확보자'가 진땀을 뺀 것이다. 확보자는 석 씨가 여성이라 쉽게 생각했다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나무에 묶어 이중으로 지탱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이 사건(?)은 회원들 사이에 두고두고 얘기되고 있다.
석 씨는 "몸무게가 탄로나 부끄럽긴 했지만, 그래서 동료들이 더 고맙고 더 재밌었다"며 "매주 암장이나 리지 등반을 한 덕분에 실력과 체중 감량이란 두 가지 선물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등반 8개월 만에 몸무게 10㎏을 줄였다.
석 씨는 "일에 시달리다 자연에 몸을 의지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잊게 된다"며 "걷는 것을 싫어하는데, 리지는 줄을 타고 바위만 몇 개 올라가면 정상에 다다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여성 회원 류순식(44) 씨는 지난해 5월 친구가 바람도 쐴 겸 대둔산에 놀러 가자고 해 따라나섰다가 얼떨결에 등반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류 씨는"첫 암벽 등반 때 천신만고 끝에 꼭대기에 올랐는데, 그 순간 한눈에 들어온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아, 이래서 암벽을 타는구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며 "심장이 터질 듯한 두근거림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한 번 바위에 매달려 보면 왜 등반을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류 씨는 이후 등반의 매력에 푹 빠져 동호회 가입 7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동호회 총무 자리까지 꿰찼다. 회원들이 모두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 매료됐다는 것. 류 씨는 "등반은 사람의 정을 느끼며 함께하는 스포츠다. 나의 목숨을 '자일'과 '동료'에 의지하는 운동이라 다른 스포츠와는 느낌이 다르다. 좀 더 빨리 알고 시작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들 정도"라고 예찬론을 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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