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감독이고 또 영화전공 교육자이다 보니 자주 "어떻게 하면 영화감독이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이를 명쾌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영화학교'에 입학하는 길이다. 전국에는 영화전공이 개설된 대학과 영화 관련 사설 교육기관 등 100여 개의 학교가 있다. 관련 교육기관에서 학업을 연마하는 것 자체도 도움이 되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전공 학생들끼리 모여 있는 것이 영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유학파의 비중은 예전보다 많이 감소했다. 예전에는 유학 후 귀국이 감독 데뷔의 길을 열어주는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 영화학과의 수준도 매우 선진화해 해외의 천문학적인 학비와 대비하면 교육의 질에 별반 차이가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유학파 출신 할리우드 감독이 전무하다시피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둘째, 충무로 현장 스태프로 진출하는 길이다. 연출부 생활을 시작으로 점차 경력이 많은 조감독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데뷔를 준비하는 방식이다. 같이 현장 생활을 하던 제작부가 프로듀서나 제작자가 되면서 감독으로 픽업하는 사례나 감독이 자신의 조감독을 감독으로 추천하거나 데뷔를 돕는 케이스이다. 실제로 최근 개봉한 '물 없는 바다'의 김관철 감독은 필자의 조감독 출신으로 후자의 경우에 해당된다.
셋째, 영화학교에 입학할 형편이 안 되거나 현장 스태프로 진출하기에 나이나 여건 등이 허락지 않아 어려움이 있을 때에는 시나리오를 쓰는 데 집중해야 한다. 기획영화를 제외하면 신인감독의 데뷔작은 자신이 직접 쓴 각본인 경우가 많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일로 충무로의 좋은 시나리오는 중견감독 등 명장들의 손에 들어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시나리오를 가진 사람이 주도권을 쥔 시장이다. 지금은 당대의 감독 반열에 오른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 역시 처음에는 '조용한 가족'의 시나리오를 직접 집필해 시나리오만 구매하겠다던 제작사와 감독 데뷔 협상을 벌인 일화가 유명하다.
이상 영화감독이 되는 법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이 방법은 위와 같지만 실제로 데뷔할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점프해서 들어가거나 냉장고에 코끼리를 넉넉하게 넣는 것만큼이나 힘들다는 데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매년 배출되는 신인 감독의 숫자는 많아도 수십 명으로 연간 국내에서 배출되는 사법고시 합격자 수와 비교해 보면 얼마나 어려운 길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콘텐츠 시장의 특성은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관객은 좋은 영화 5편이 한 주에 개봉한다면 그 모두를 관람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시나리오와 영상으로 무장한 패기 있는 영화 신예들의 도전을 기대해 본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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