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토 다큐] 돈버는 곤충, 이젠 '고부가 하이테크'

농업·의학·애완 다양한 활용

약 80만 종. 지구 전체 동물수의 4분의 3. 숫자로만 보면 지구의 주인 격이다. 다름 아닌 곤충(昆蟲)이다. 곤충은 '벌레'인 탓에 인간에게 그저 귀찮은 존재였지만 언제부턴가 효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화분매개용, 천적용, 애완용, 약용, 식용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곤충산업시대인 것이다.

◆화분매개곤충

열매는 꽃 수술의 화분을 암술에 붙이는 수분(수정)을 통해 맺는다. 화분을 나르는 일등 공신은 벌이다. 꿀을 따러 이꽃 저꽃을 다니는 동안 벌의 몸에 묻은 화분이 자연스럽게 수분을 돕는 것이다. 맛있는 귤도 사과도 모두 벌 덕분이다.

비닐하우스 농법 초기, 농민들은 일일이 붓질을 통해 수분을 했다. 능률이 안 오르자 화분액을 꽃에 분사하기 시작했다. 이마저도 역부족이었다. 결국 수분을 잘하는 벌을 비닐하우스 안에 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벌이 네델란드에서 수입한 서양뒤영벌이다.

서양뒤영벌은 수분 능력이 탁월한데다 부족한 일손을 덜 수 있어 농민들에게 '효자'로 통했다. 하지만 수입가격이 높은 게 흠이었다. 이 문제는 예천곤충연구소 연구진들이 말끔히 해결했다. 수년간 연구 끝에 예천곤충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서양뒤영벌을 대량 증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농민들은 싼값으로 손쉽게 서양뒤영벌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또 벌을 이용하면서부터 농약을 사용할 수 없게 돼 무농약 친환경 영농 효과를 가져왔다.

◆천적곤충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최근 오이, 고추 등에 큰 피해를 주는 흰가루병을 손쉽게 퇴치하는 천적곤충을 개발했다. 주인공은 흰가루병원균의 천적인 노랑무당벌레. 노랑무당벌레는 흰가루병원균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60% 방제 효과를 거뒀다. 노랑무당벌레는 올해부터 농가에 보급돼 일손을 덜고 친환경 시설재배를 돕게 된다. 기술원은 과수, 화훼의 해충인 깍지벌레를 비롯해 하늘소 유충을 잡아먹는 천적도 개발 중이다.

◆애완곤충

애완용으로 자리 잡은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알에서 변태(變態)를 거처 성충이 되는 과정을 손쉽게 관찰하고 키울 수 있어 도시 어린이 15만 명이 이들과 친구가 됐다. 사육농가도 전국에 260여 곳에 이르러 전문 영농분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전국 66곳에 곤충체험학습장, 18곳에 곤충생태공원이 조성돼 연 230만 명이 관람하고 있다. 애완곤충 시장규모도 날로 커져 2015년에는 3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곤충이 주요 산업으로 떠오르자 정부는 지난해에 곤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전국 3곳에 '지역 곤충자원 산업화 지원센터' 입지를 공모. 선정해 5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경북도 친환경 농업과 손인목 계장은 "예천곤충연구소, 상주잠사곤충사업장 등의 기반 인프라를 갖춘 만큼 지원센터를 유치해 곤충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한때 귀찮은 존재로, 채집의 대상쯤으로 여겼던 곤충. 이제 곤충은 더 이상 '벌레' 가 아닌 산업의 주인공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진'글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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