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터민 여성 박안심 씨, 간호사 국시 합격

"통일되면 북한 어르신들도 간호해 드리고 싶어요"

최근 대구보건대를 졸업하고 간호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박안심 씨(왼쪽)가 지도교수인 강복희 교수와 기념촬영을 했다.
최근 대구보건대를 졸업하고 간호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박안심 씨(왼쪽)가 지도교수인 강복희 교수와 기념촬영을 했다.

"저 같은 후배 새터민들에게 무슨 일이든 꿈을 갖고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새터민(탈북자) 박안심(40) 씨가 역경을 딛고 간호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화제다.

이달 대구보건대학교 간호과를 졸업한 박 씨는 10여 년 전 두만강을 건너 북한을 탈출, 갖은 역정끝에 한국에서 간호사로 새 삶을 살게 됐다.

북한에서 전문학교(우리의 전문대학과 유사)를 졸업한 박 씨는 중국에 가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지인을 따라 무작정 중국으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중국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신분에 대한 불안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제3국을 통해 수년 전 홀로 한국에 온 박 씨는 식당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이즈음 박 씨는 간호조무사 학원에 다니며 간호사의 꿈을 키웠다.

박 씨는 "북한에서 돌아가신 부모님께 한번도 병간호를 못해 드린 것이 한스러웠다"며 "언젠가 통일이 되면 북한 어르신들도 간호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 씨는 2009년 재외국인특별전형으로 대구보건대 간호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낯선 한국의 대학 환경과 교과서 용어, 영어가 그녀를 힘들게 했다. 북한에서는 러시아어만 배웠었다.

이를 악물고 공부하는 박 씨를 보고 나이 어린 동기들은 응원을 아끼지 않았고 학과 교수들도 개인지도를 마다하지 않았다. 2009년 말에는 중국에 사는 남편과 아이를 데려올 수 있었다. 중국인 남편은 대구에서 건축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며 아내의 공부를 도왔다.

박 씨는 "앞으로 노인요양원 같은 곳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돌보고 싶다"며 "이제 당당한 전문직업인으로 일할 수 있게 됐고 남편도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희망 덕분에 매일매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강복희 간호학과장은 "목숨을 걸 만큼 어려움을 이겨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늘 밝은 모습을 보여 큰 감동을 받았다"며 "많은 제자들에게 박 씨의 성공기를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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