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200억 조성목표 3억 쾌척
"16살 소년 시절부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아버지의 이름으로 지역의 불우한 학생들을 돕고 싶습니다."
독립운동가의 아들이 선친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을 설립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이언식(77'대구 북구 읍내동'사진) 씨로 그의 아버지는 독립운동가 상보 이승해(1903~1957) 선생이다.
선생은 서울 중동학교 재학 시절인 1919년 3'1만세운동이 벌어지자 항일 학생운동을 주도하다 일본 경찰에 검거돼 퇴학처분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는 낙향한 이후에도 계속 독립운동자금을 댔다. 하지만 일본 경찰에 모진 고문을 당했던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운 말년을 보내다 54세로 세상을 떠났다.
20대에 아버지를 여읜 이 씨는 제지공장을 시작으로 사업체를 일궈 섬유업체를 운영했다. 평생 사업가로 살아온 이 씨는 2년 전 대구에서 운영하던 섬유회사를 정리하고 은퇴한 후부터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항일 운동을 펼치다 퇴학당했다는 학생부 기록도 법원, 경찰 등의 관공서 기록도 너무 오래전 일이라 소실돼 찾지 못했어요."
그러던 중 이 씨는 아버지가 서울 중동학교에 재학 시절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안호상 박사(초대 문교부 장관), 전진한(전 사회부 장관)'변영태(전 외무부 장관) 씨 등 10여 명과 한복에 흰 두루마기를 입고 찍은 사진을 찾았다. 안호상 박사의 후손을 통해 아버지가 학생운동을 주도하다 퇴학처분을 당했다는 증언도 들었다. 또 1939년 아버지가 경북 칠곡의 한 사유림에서 나무를 몰래 베어 팔아 독립운동자금을 대다 붙잡혔다는 사실이 기록된 일제강점기 당시 대구지검 형사 사건부 서류도 손에 넣었다.
이 씨는 전국을 누비며 아버지에 대한 기록과 증언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아버지의 발자취를 연보로 기록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이름으로 장학재단을 만들 생각을 키워나갔다. 사업을 정리하고 남은 재산 중 3억원을 장학재단 기금으로 내놓기로 한 것. "지금이라도 독립운동의 숨겨진 역사가 세상에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장학재단의 이름은 이승해 선생의 호를 붙인 상보장학회다. 앞으로 재단 소유 건물의 임대료 수익과 기금 기탁자 모집 등을 통해 200억원의 기금을 모은다는 목표다. 재단 운영이 안정 궤도에 오르면 지역의 불우한 학생들을 선정해 초등학교부터 대학, 대학원까지 장학금을 줄 계획이다.
장학재단 출범식과 기금 마련 행사는 다음달 3일 오후 3시 대구 북구문화예술회관 공연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