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업실을 다닐 때마다 그들이 다루는 물질과 함께 손때가 반질거리는 연장 보기를 더없이 좋아한다. 그 연장들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했을 작가의 몸놀림, 노동의 흔적을 떠올려 본다."
미술가들의 작업실에는 이처럼 노동의 흔적이 서려 있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이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12명의 작업실을 방문해 그들이 삶과 작품 세계를 섬세한 시각으로 되짚었다.
저자는 작가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물질과 연장들이 눈부셨다고 한다. 일종의 경건함 혹은 먹먹함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이 책은 다양한 물질과 재료를 다루고 엄청난 작업량과 뛰어난 작품성을 지녔다고 생각되는 작가들과 그들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는 파스텔의 민경숙, 아크릴 물감의 안창홍, 먹과 붓의 김호득, 수많은 드로잉 작업을 하는 이강일, 신문지에 볼펜과 연필로 선을 긋는 최병소, 고무판을 칼로 저미는 도병락, 유화 물감을 다루는 홍정희, 장지와 천연안료로 전통 채색화를 그리는 정종미, 철을 다루는 최기석, 대리석으로 일상의 사물을 재현하는 박용남, 못으로 그림을 그리는 유봉상, 사진 인화지 위에 무수한 칼질을 하는 조병왕의 작업실을 선택했다.
먹이 모든 사물의 피부에 스며들어 짓는 독자적인 표정, 그 얼굴에 탐닉해온 김호득, 그와 함께 오랫동안 함께하며 비벼졌을 붓들에 주목한다. 그리고 신문지를 볼펜과 연필로 덮어 깊고 단호한 어둠을 만들어내는 최병소의 작업실도 방문한다. 이들 두 작가는 대구에서 활동하는 작가라 더 반갑다.
저자는 이 작업실 방문기를 통해 작가들이 다루는 개성 강한 물질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작품 이야기를 들려준다. 300쪽, 1만7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