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농어업의 희망과 차세대 성장동력

현재 한국 농어업인들은 FTA 등으로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현재 상황이 어려울 때 가끔 우리보다 더 고통스러운 다른 상황을 생각하거나, 미래의 새로운 희망을 상상하는 것도 고난을 극복하는 유용한 지혜가 될 수 있다.

세계사를 통해 현재 우리보다 더 어려웠던 다른 나라의 역사 하나를 생각해 보자. 1864년 덴마크는 전쟁에 패해 옥토를 잃고 좌절에 빠져 있었다. 이때 황무지 개척자 달가스, 교육 선구자 그룬트비 등 선각자들이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고 외쳤다. 이들의 지도하에 덴마크 국민들은 비장한 각오와 불굴의 의지로 농토 확장과 국민 교육, 계몽 등 국가재건운동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하였다. 이런 국민적 노력에 힘입어 덴마크는 오늘날 세계 일류의 농업선진국이 되었다. 덴마크의 이런 패전 극복역사에 비하면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FTA 등 개방 확대는 작은 고통일지 모른다.

다행히 이런 여건하에서도 전국 방방곡곡에 희망의 씨앗이 잘 자라고 있다. 마치 기찻길 옆 옥수수가 기차 소리 요란해도 잘도 크듯이. 예컨대 전북 임실 치즈마을은 마을 발전전략이 '고맙고, 배우고, 사랑하고' 라는 3고 전략인데, 자주, 자주, 자립을 지향한다. 뚜렷한 자원이 없는 인구 200명 정도의 조그마한 마을의 사람들이 생각은 매우 깊어 마을 자조 기금으로 벌써 5억원을 조성했다. 이 마을에 정부 자금지원이 필요하냐고 물으면, 마을 사람들은 단호히 우리는 자립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보다 어려운 다른 마을에 지원하라고 말한다.

충북 충주의 장안 농장 류근모 대표는 열정과 감동경영으로 상추를 재배하여 200명 이상을 고용하고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는 이런 공을 인정받아 2011년 농업인의 날에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FTA 체결은 공부하는 똑똑한 농업인들에게는 오히려 엄청난 기회가 된다고 그는 당당히 말한다. 경남 김해 대동농협은 지난해 장미, 백합 등의 꽃을 3천만 달러 수출하면서 꽃 수출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해외 수출 시장에 눈을 뜬 조합장의 리더십과 약 400여 명의 진취적인 화훼농업인들이 개척정신과 협동정신으로 이루어낸 쾌거다.

경북 청도 반시재배 농업인들은 감말랭이, 반건시, 아이스 홍시, 감와인은 물론 염색약 개발 등 다양한 가공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2004년 200억원 규모의 반시산업을 2011년에는 1천200억원 대로 무려 6배 키우는 기적 같은 성과를 창출했다. 농가소득도 함께 증가했다. 이런 성과에는 청도농업기술센터 등 지자체 공무원들의 발상의 전환과 헌신이 한몫을 했다. 전국의 김 양식 어민들은 2010년 1억 달러 수출에 이어, 지난해에는 1억6천만 달러의 김을 해외로 수출하는 큰 성과를 올렸다. 특히, 우리나라 김의 약 80%를 생산하는 해남, 무안, 고흥, 완도 등 전남지역 어민들의 공이 컸다.

농어업분야의 이런 희망의 씨앗들이 더 크게 자라고 이와 함께 농어업의 외연을 키우는 새로운 성장동력사업들이 개발되면, FTA도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의 단감 생산과 수출은 세계 1위다. 단감의 해외시장을 1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하면 남해안 지역의 3만여 단감농가들에게는 큰 활로가 열린다. 우리나라의 연간 꽃 소비액은 1인당 2만원 수준으로 선진국의 10만원 수준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선물용 꽃 소비문화를 생활형 꽃 소비로 정착시켜 선진국 수준으로 꽃 소비를 하면 화훼산업의 시장이 5배 정도 커질 수 있다. 1만여 꽃 생산 농가들의 희망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장기적인 우리 농식품 미래시장개척방안으로 국제농업협력을 강화하고 해외농업인턴을 대폭 확대하여 아프리카, 아시아 등 빈곤국가들의 식량문제 해결을 돕는 길을 생각할 수 있다. 과거 우리가 PL480 등 미국의 잉여농산물로 보릿고개를 넘겼고 미국의 큰 시장이 된 것을 생각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 해외에서 러브콜 받는 새마을운동의 정신과 한국 농업기술을 세계 곳곳에 전파하여 개도국들의 사랑을 받으면 그것이 바로 훌륭한 미래 시장확보방안이 아니겠는가.

이제 필자는 대한민국 농어업인들에게 고한다. 국민의 인격이 곧 국가의 품격을 결정한다. 마찬가지로 농어업인의 자조, 개척, 협동정신이 한국 농어업의 운명을 결정한다. FTA시대에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지식과 기술을 연마하고 경쟁력을 키워 대한민국 농수산식품산업의 새 운명을 개척하기에 바쁜 우리는 남을 원망하고 시간을 낭비할 겨를이 없다.

나승렬/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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