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내 논 물꼬에 물 들어가는 것만큼 보기 좋은 것이 없다'는 옛말이 있다. 쌀을 주식으로 했던 우리 겨레에게는 논이야말로 생명의 터전에 다름 아니었다. 당연히 좋은 논(上畓)을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곧 부의 척도이기도 했다. '천석꾼'이니 '만석꾼'이니 하는 말도 다 쌀 생산량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렇게 쌀과 논에 관한 애틋한 역사를 지닌 이 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30%도 안 된다.
지구촌에 곡물 파동이 불거질 때마다 '식량 안보'라는 말이 화두처럼 떠돌지만, 국민들에게 그리 절박하게 와 닿지도 않는 듯하다. 시장가치로 보더라도 농업은 국내총생산(GDP)에서 2%의 비중을 차지하는 보잘것없는 산업이다. 농산물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소비자인 다수의 국민들이 이익을 보는 만큼 농민들의 손해를 조금 보전해주면 된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농업의 가치는 그렇게 단순한 시장논리로만 평가해서 될 일이 아니다. 농업은 이 땅의 자연환경 및 생태계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자원 보존과 농촌사회의 유지와도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우리 밥상과 먹거리의 태반을 남의 손에 의지하고 있다면 그건 국가 안보의 중대한 문제이다. 유럽이나 북미 선진국들의 주요 곡물 자급률이 100%를 넘고, 산악국가인 스위스나 사막에 위치한 이스라엘도 식량 자급률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한미 FTA 공식 발효에 따른 농업 분야 피해 보전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며, 농업인의 삶의 질 제고와 농촌 복지 확대를 강력히 요청한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논농사는 식량 안보라는 차원을 넘어 엄청난 공익적'환경적 기능을 지니고 있다. 여름 한철 물을 가둬 홍수를 예방하고, 벼가 자라면서 산소 정화 작용을 하며, 가을철 황금 들녘에서 얻는 정서적 가치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논을 버리고 농업을 경시하는 것은 자연과 환경과 생명에 대한 천대가 되는 것이다. 후손들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서라도 식량과 밥상 확보는 결코 양보할 수 없다. 한미 FTA가 공식 발효되었지만 다행히 쌀은 제외되었다. 하지만 농업에 관한 한 중국과의 FTA는 그 영향력이 대형 쓰나미급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 땅 우리 논의 물꼬를 단단히 지킬 일이다.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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