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KTX 역주행 사고, 운행 시스템 문제 아닌가

고속열차인 KTX에서 또 역주행 사고가 발생했다. 22일 오후 5시 44분쯤 서울을 출발해 부산으로 가던 KTX 산천호 열차가 정차역인 동대구역을 300m가량 지나쳤다 되돌아오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다행히 별다른 불상사는 없었지만 코레일 측이 안내 방송조차 하지 않아 승객들이 불안해하는 등 큰 불편을 주었다.

코레일은 이날 역주행이 "기관사의 실수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기관사가 동대구역을 정차역이 아닌 대구역으로 착각해 지나쳤다가 뒤늦게 제동장치를 작동시키면서 이런 사태가 빚어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관사의 실수로 빚어졌다고 해명한 역주행 사고가 올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다. 지난 1월 서울발 부산행 KTX 열차가 영등포역을 2.6㎞나 더 진행했다가 후진하기도 했다.

그런데 KTX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최신형 고속열차의 운행 시스템이 이 정도로 허술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열차가 자동제어 시스템도 없이 단순히 기관사의 운전 경험과 감각에만 의존하는 맹탕이라면 당연히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열차와 관제센터, 정차역 간 연락 체계가 어떤 방식이기에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지 운행 안전성에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코레일 측의 해명대로 이날 역주행 사고가 기관사의 실수로 빚어진 것이라면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이한 근무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나아가 운행 시스템 전반에 걸친 개선과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자동제어 시스템 등 안전장치조차 갖추지 않고 모든 고속열차 운행이 기관사의 손에 맡겨져 있다면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코레일은 그동안의 역주행 사고를 철저히 조사해 시급히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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