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기가 나빠서? 버리면 낭비!…서문시장 옷 수선 골목 김명란 씨

대구에서 슬로패션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서문시장 옷 수선 골목이다. 재봉틀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옷 수선 가게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 이곳에 들어서면 유행을 좇아 새 옷을 사기보다 옷을 고쳐 입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옷 수선 골목에서 28년째 일을 하고 있는 김명란(50'여) 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재봉틀을 돌려야 할 정도로 주문이 많다"고 했다.

옷 수선 골목에 잠시 서 있으면 '옷을 수선해서 입는 사람=중장년층'이라는 고정관념도 깨어진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20, 30대들이기 때문이다.

옷 수선은 경기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요즘같이 경기가 나쁘면 새 옷을 사기보다 헌 옷을 수선해서 입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하지만 중장년층보다 젊은층들이 옷 수선 골목을 더 많이 찾는 현상은 불경기만으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이는 옷을 고쳐 입기보다 새로 구입하는 데 더 익숙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슬로패션 바람이 불고 있음을 의미한다. 옷 수선 골목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유행 지난 옷을 리폼하러 왔다. 옷장을 열어보면 새 옷이지만 유행에 맞지 않아 안 입는 옷이 많다. 이런 옷을 리폼해서 입으면 옷장 정리도 되고 경제적인 부담도 덜 수 있다. 멀쩡한 옷을 놔두고 새 옷을 많이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원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단골도 많다. 한번 찾은 손님들의 상당수가 이곳을 다시 찾기 때문이다. 김 씨는 "처음 옷을 수선해서 입는 것이 어렵다. 한 번만 옷을 수선해서 입으면 새 옷을 사는 것보다 여러 면에서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금방 단골이 된다"고 말했다. 1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수성구에서 왔다는 50대 여성은 "새 옷을 사는 것도 좋지만 오랫동안 입어 정이 들었고 몸에도 익숙한 옷을 수선해서 입는 것이 더 좋아 수선 골목을 자주 방문한다"고 했다.

옷을 고쳐 입고 리폼해서 입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옷 수선 가게들도 점점 늘고 있다. 김 씨는 "처음 일할 때는 옷 수선 가게가 2곳뿐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계속 늘어 지금은 20여 개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옷 수선 골목을 찾은 손님들과 일하는 상인들은 대부분 슬로패션이라는 개념을 모르고 있었다. 상인들은 멀리서 옷을 들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또 손님들은 옷을 고쳐 입는 즐거움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옷 수선 골목에 가면 패스트패션의 열풍 속에 꿈틀거리고 있는 슬로패션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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