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지역 한 대학 취업정보센터에서 열린 채용설명회에 나타난 대학생 김모(26'여) 씨는 다가오는 4'11 총선에서 투표하지 않겠다고 했다. 차라리 서울에 머물며 채용설명회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19대 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역 젊은층의 투표 참여 열기가 사상 유례없이 곤두박질칠 전망이다.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지역 정치 현실에서 투표해도 소용이 없다'는 체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20~30대는 역대 선거에서 투표 참여율이 가장 낮은 세대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선거인 수는 20~30대(선거인 전체의 43.1%)가 50~60대(34.3%)보다 훨씬 많았다. 하지만 투표인 수는 오히려 50~60대(46.7%)가 20~30대(29.9%)보다 월등히 높았다. 20~30대 투표율은 50~60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4'11 총선 때는 지역 젊은층의 투표율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선관위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취재진이 26, 27일 20~30대 젊은층을 만나봤더니 투표 포기 이유 중 가장 많은 것은 학업 및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 때문에 투표할 여유가 없다는 것.
대학원생 박정민(30'여) 씨는 "취업 등 젊은이들이 처한 문제는 투표로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를 귀가 닳도록 듣는다. 하지만 당장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벌고,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급급한 현실에서 투표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곽모(35'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내가 행사한 한 표가 대안 정당, 후보의 당선에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현실에 늘 좌절한다. 그렇다고 표를 던질만한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 후보자를 지역에서 찾기도 힘들다"고 푸념했다.
경북대 총학생회장 이건구(25) 씨는 "대학생들은 반값등록금 등 학생들의 문제를 대변해주기로 기대되는 일부 야권 정당의 힘이 지역에서 너무 약해 아예 투표를 포기하는 까닭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 생활 8년차인 취업준비생 김모(28) 씨는 주민등록 주소지가 고향인 영주이지만 이번 총선 선거일에 투표하러 가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고향에 어떤 후보가 출마했는지 모른다. 앞으로 대도시에서 취직을 하고 계속 생활할 계획이기 때문에 돌아갈 일이 없는 고향의 문제는 전혀 관심없다"고 했다.
경북대 하세헌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정치가 희망을 주기보다 대립, 갈등하는 모습만 보여주며 젊은이들의 정치 참여 욕구를 빼앗았다"며 "젊은이들이 투표를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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