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호'라는 어선을 배경으로 극한의 공포와 혼돈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나약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극단 처용의 '해무'가 1일 막을 내린 제29회 대구연극제의 대상작으로 뽑혔다.
또한 해무는 연출상(성석배 처용 대표)과 무대예술상(조명감독 우종필)도 거머쥐어 이번 연극제에 단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최고의 연기를 펼친 배우에게 주어지는 '최우수 연기상'은 극단 한울림의 '돌날'에서 지호 역을 맡은 최우정에게 돌아갔다.
(사)대구연극협회는 2일 오후 총 5명으로 이뤄진 심사위원들의 토론을 거쳐 이 같은 내용의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대상을 차지한 해무는 거듭된 조업 실패로 극한 상황에 몰린 '전진호'의 선장과 선원들이 밀항하는 조선족을 승선시키면서 갈등을 빚고 결국 심한 풍랑과 해경선을 피하는 와중에 조선족들이 모두 질식사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다는 줄거리로 어선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인간의 본연적인 나약함과 추악함 등을 표현한 수작이다. 심사위원들은 "연극 해무가 예술성과 실험성 면에서 뛰어났고 젊은 배우들의 힘이 많이 느껴져 대구 대표로 전국연극제에 나갈 때 가장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거친 표현의 반복과 일부 배우들의 대사 전달 및 감정 표현 미흡 등은 앞으로 고쳐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연출상을 받은 극단 처용의 성석배 대표의 연출에 대해서는 진지하면서도 예술의 힘을 느낄 수 있다는 평을, 무대예술상을 받은 조명감독 우종필 씨에 대해서는 조명이 상황마다 메시지를 잘 보여줬다는 평을 각각 내렸다.
또한 심사위원들은 최우수 연기상을 거머쥔 최우정 씨에 대해 작품 안에서 젊은이의 고민과 캐릭터 성격을 잘 표현했고 몸을 사리지 않은 현실감 있는 연기와 끝까지 캐릭터의 성격을 끌고 가는 에너지로 몰입도를 높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 밖에 극단 예전의 '무지개빠찌'에서 할머니 역을 소화한 이미정 씨와 극단 돼지의 '시동라사'에서 강정옥 역을 한 김지영 씨, 극단 엑터스토리의 '약속'에서 아들 역으로 분한 강석호 씨가 각각 우수 연기상을 차지했다.
이와 더불어 올해 대구연극제 심사에서는 '심사위원 특별상'도 신설해 극단 한울림의 '돌날'을 연출한 신인 연출가 김지영 씨를 그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당초 심사위원 특별상은 계획에 없었으나 심사위원들이 심사 과정에서 만장일치로 새롭게 만든 상이다. 김지영 씨가 신인 연출가지만 여성의 심리 표현을 잘 묘사했고 유리창에 빗물이 흐르는 장면 등 세심한 연출이 돋보였으며 마지막까지 리얼리즘의 묘미를 잘 살렸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평이다.
원종원 심사위원장(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은 총평을 통해 "올해 대구연극제는 다양한 소재와 내용이 쏟아졌으며 특히 젊은 연극인들의 실험 정신과 도전 정신이 빛났다. 하지만 자연스러움이 묻어나지 않은 연기와 불분명한 대사 전달, '약속' 외 신선한 창작극의 부재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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