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명물 광안대교에서 컨테이너가 차량을 덮칠 정도로 돌풍이 몰아친 3일, 부산 사하을 선거구로 향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파란 바람이 뒤덮었던 부산에서 유일하게 열린우리당 의원이 당선됐던 곳,
19대 총선에서 그 '이변의 주인공' 조경태 후보는 3선 고지를 노리며 '나홀로 유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당시 열린우리당의 전국정당화를 실현시킨 부산의 최낙후 지역, 장림동에서 만난 미니슈퍼 주인(59)은 "8년 전에 조경태가 당선됐을 때 모두들 하늘이 무너질 줄 알았지. 난리가 났으니까. 근데 나 그 사람 지난번 선거 때 찍어뿌리써. 저거 조 의원이 한 거거든."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신평~장림~다대포(7.98㎞'7천802억원 사업비)를 잇는 지하철 공사현장이었다.
장림동 온누리병원 앞 버스승강장에서 만난 이현복(57) 씨는 "부산서 제일 못사는 이 동네 주민인 게 자랑스러울 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바로 낙동강 벨트의 주역 아이가. 문재인(사상구 후보)이가 여기 와도 조경태 지지율 반의반도 안돼"라고 했다. 3월 19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조 후보는 50.9% 지지율로 민주통합당 정당 지지율(32.2%)보다 높았다. 인물이 정당을 훨씬 앞선 것이다. 조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20.4%)와는 무려 30%p 차이를 벌려 이 지역은 일찌감치 격전지에서 빠졌다.
'중단 없는 사하발전'을 내건 조 후보가 바꾼 것들은 무엇일까. 그는 수십 년 묵은 지역 현안 대부분의 물꼬를 텄다. 지하철 1호선 다대선 연장 말고도 다대해수욕장과 장림유수지 생태공원화, 장림지구 침수지 재난구역 지정, 감천에너지파크 완공, 다대디지털도서관 건립, 신평시장 현대화사업 등 8년간 1조원가량의 국비를 당겨왔다는 말이 있다.
주민들도 "조 후보는 공약을 내걸면 꼭 지킨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조 후보는 이번에도 '지킬 수 있는 약속'만 공약으로 내걸었다고 했다. 장림~자갈치를 잇는 감천도시철도, 구평~을숙도대교를 잇는 고속지하차도 건설 등이 그것이다.
'부산'이라는 교실에서 17명이 파란색 점퍼를 입고, 1명이 노란색을 입었다면 '왕따'를 당하지 않았을까. 내친김에 조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았는데 노재갑 민주통합당 부산시의원을 만날 수 있었다. 민주당 시의원 2명 중 한 명이다.
노 의원은 "잘 아시겠지만 선거할 때만 싸우지 의회 들어가면 다 형님 동생 아닙니까? 조 의원은 왕따가 아니라 오히려 '청일점'입니다"라고 했다. 지역구 민원성 사업은 '야당 입막음용'으로 특혜를 받고, 당론 대결이 아니라면 같은 당끼리는 경쟁하고 다른 당에는 인심을 쓰는 의회의 관행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부산지역 공약으로 해양수산부 부활을 약속하고 있지만 해수부 폐지 당시(2008년) 조 후보만 부산에서 유일하게 반대한 바 있다.
인근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산업폐기물처리장, 하수종말처리장, 고철하치장 등 혐오시설이 한데 모인 이 지역은 부산에서 가장 못사는 동네지만 요즘 지하철도 뚫리고 공원도 생긴 덕에 7천만원, 8천만원 하던 아파트가 2억원 가까이 올랐다"고 했다.
1992년 14대 총선 이후 부산도 '깃발만 꼽으면 당선'되는 새누리당 독식구조였지만 2004년 조 후보가 2천여 표 차로 깨버렸다. 새누리당의 안이함과 오만함을 주민이 심판했고, 18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부산 의원들은 국회직, 당직을 맡겠노라 고군분투했다. "여야가 시소게임을 해야 삶이 좋아진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새누리당이 문재인'문성근 민주당 후보가 출현한 낙동강 벨트 사수를 위해 부산 총력전을 선언해 여야가 난리법석인 요즘, 부산에서는 "저렇게 야단이니 다음에는 더 잘하겠지"라며 선거를 은근히 즐기는 분위기다. 총선 이후 부산시민의 삶은 더 나아질 것이란 말이다. 조경태가 바꾼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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