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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서] 연극 '로드 투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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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에 조종당했다

▲버려진 인생들의 꾸미지 않은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리얼리티 연극
▲버려진 인생들의 꾸미지 않은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리얼리티 연극 '로드 투 파라다이스'는 권력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심리와 그로 말미암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날카롭게 풍자한 실험성 강한 작품이다.

# 권력·힘 가진 제3자에 의해 두 남녀 엎치락뒤치락 다툼

# 삶 스스로 선택 못하는 현대인들의 부조리 풍자

부도난 아파트의 어느 밀실. 어두컴컴한 무대 한쪽에 쇠사슬까지 설치돼 있다. 도입부터 심상찮은 분위기를 내뿜는다. 한 젊은 남자가 큼지막한 가방을 낑낑거리며 끌고 온다. 가방 안에는 다름 아닌 속옷 입은 젊은 여성이 들어 있다. 가방을 풀어헤치자 잠에서 깬 여성은 어리둥절해하고 젊은 남자는 그 여성에게 욕설과 협박을 끊임없이 해댄다. 여성은 공포 어린 눈빛으로 쪼그려 앉아 있다.

연극 '로드 투 파라다이스'는 여느 작품처럼 웃음이나 감동을 주지 않는다. 최근 추세처럼 여겨지는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나 가족애나 정(情)을 담은 휴먼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전반적으로 음침하면서 어둡다. 영화로 따지자면 '올드보이'의 분위기가 사뭇 닮았다. 이 작품은 버려진 인생들의 꾸미지 않은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리얼리티 연극으로 권력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심리와 그로 말미암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날카롭게 풍자한 실험성 강한 작품이다. '소울메이트'와 '끽다거' 등을 써낸 대구를 대표하는 최현묵 작가(현 수성아트피아 관장)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연극은 두 남녀만 나오는 2인극이다. 남자는 일류를 꿈꾸는 삼류 건달이고 여자는 화려한 삶을 꿈꾸는 화류계 여자다. 두 남녀는 서로의 삶에 대해 강한 경멸과 혐오를 느끼며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그들과 얽혀 있으면서 조종하는 이는 전화를 걸어오는 '그놈'이다. '그놈'은 여자에게는 애인인 '오빠'로, 남자에게는 일류를 만들어줄 수 있는 '형님'으로 통한다. 공연은 '그놈'에게 여자를 섬에 팔아버리라는 지시를 받은 남자가 여자를 납치해 여자를 몰아붙이고 반대로 여자가 '그놈'의 힘을 등에 업고 남자를 몰아붙이는 모습이 이어진다. '그놈'이라는 보이지 않는 권력에 의해 두 남녀의 주도권이 엎치락뒤치락 바뀐다.

하지만 공연 후반에는 여자도 남자도 모두 '그놈'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그들의 삶은 자신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고 권력과 힘을 가진 제3자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두 남녀를 통해 스스로가 아닌,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부조리한 삶을 꼬집고 있다.

요즘 흔치 않은 리얼리티 연극이라 신선하게 다가왔고 극적인 전개가 계속돼 공연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하지만 욕설과 폭력 등을 통해 극 중 캐릭터들의 감정이 여과 없이 드러나기 때문에 관객에 따라 다소 불편할 수 있다. 메시지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아 감상하는 데 다소 어려운 점도 있었다.

극단 CT(대표 전광우)는 5월 27일까지 예술극장 온(대구 중구 동인동2가)에서 연극 '로드 투 파라다이스'를 공연한다. 문의 053)256-0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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