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통영의 딸' 신숙자 씨가 1980년대부터 앓던 간염으로 사망했다고 유엔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 그룹'에 답변서를 보냈다. 북한은 신 씨의 두 딸에 대해서도 살아 있다고만 할 뿐 근황을 알리지 않은 채 남한에 있는 아버지 오길남 씨와의 만남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외에서 구명 운동이 벌어지는 신 씨 모녀의 생사 여부에 대해 북한이 미약하게나마 반응을 보인 것이다.
신 씨 모녀는 분단의 비극과 북한의 인권 유린을 대표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오 씨가 북한의 농간에 속아 아내 신 씨, 두 딸과 함께 월북한 뒤 오 씨의 탈북으로 북한에 남아 요덕 정치범수용소에서 비참한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오 씨가 가족들의 구명 운동을 벌여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관심을 끌게 됐고 이 과정에서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태가 드러나기도 했다.
북한이 그동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신 씨가 사망했다고만 통보하는 것은 인륜과 도리에 크게 어긋난다. 열악한 수용소 생활을 견디지 못해 건강을 크게 해쳤을 가능성이 큰 신 씨가 사망했다면 언제 어떻게 사망한 것인지 증거를 제시하고 신 씨의 유골을 돌려보내야 한다. 두 딸 역시 본인들의 의사를 자유롭게 확인할 방법을 보장하고 아버지의 바람대로 귀환시켜야 한다.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신 씨의 사망이 가혹한 수용소 생활로 말미암은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 연대해 신 씨의 생사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고 두 딸이 돌아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제사회의 관심과 압력이 북한의 미흡한 반응이라도 이끌어냈듯 피랍 실종자와 북한 주민 전체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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