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 딸 찾고 싶으면 돈 보내"

자녀 납치 보이스피싱 또 기승…올해 벌써 28건, 피해금액 2억

10일 오전 9시쯤 권모(42'여'대구 달서구 도원동) 씨는 딸(15)의 휴대전화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고 깜짝 놀랐다.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딸이 아닌 남성이었다. 그는 "당신의 딸이 많이 다쳤다"고 말하고는 "엄마, 납치당했어요"라고 울부짖는 여학생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눈앞이 캄캄해진 권 씨는 회사 동료와 상의했더니 동료들은 "보이스피싱 같다"며 권 씨를 안심시켰다. 이에 권 씨는 딸이 다니는 학교로 전화를 했다. 다행히 딸은 학교에 있었고, 전화는 다시 걸려오지 않았다.

권 씨는 "딸의 번호로 전화가 온 데다 한참 울어서 쉰 듯한 목소리 때문에 딸인지 알 수 없었다. 동료의 충고가 없었다면 돈을 줬을지도 모르겠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학부모들에게 자녀와 비슷한 목소리를 들려주며 '아이를 납치했으니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보이스피싱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백승옥(55'여'대구 동구 효목동) 씨도 이달 3일 오전 10시쯤 한 남성으로부터 "당신의 아들이 머리를 다쳤다"며 다짜고짜 돈을 요구하는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전화로 서럽게 우는 목소리로 "엄마, 살려주세요"라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백 씨는 보이스피싱일 것 같다는 생각에 "전화가 잘 안 들린다. 다른 곳에서 받겠다"고 했고, 그 사이 전화는 끊겼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아이 납치'를 빙자한 보이스피싱 사건이 관내에서 28건 발생했고, 피해액은 1억8천600만원이나 됐다.

경찰에 따르면 협박사기범들은 주로 학교 수업시간대에 전화해 자녀의 목소리를 구별하기 힘들도록 우는 목소리나 비명을 들려주면서 돈을 요구했다. 범인들은 자녀의 이름과 전화번호, 학교 등 개인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전화해 부모가 자녀의 납치 사실을 믿게 하는 등 지능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특징이다.

범죄 전문가들에 따르면 범인들은 보이스피싱을 하려는 자녀'부모의 개인정보를 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금융 사이트를 해킹해 얻거나 학교 부근에서 행사나 설문조사를 하면서 이름과 전화번호를 쓰라고 해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대구경찰청 한 관계자는 "아이가 납치됐다며 돈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으면 우선 당황하지 말고 침착해야 한다"며 "학교나 경찰에 곧바로 전화해 아이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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