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꽃 향기가 우리의 코를 즐겁게 하고, 담녹색 신록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좋은 계절이다.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인 오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어 은혜와 고마움을 생각해 보게 하는 교육적인 달이기도 하다.
요사이 공교육에 대한 믿음이 옛날과 같지 않고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왜 그럴까?
세계가 부러워하는 교육열을 자랑하면서도 20조원이 넘는 사교육비의 부담은 우리의 살림살이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창의력과 인성 교육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실적 올리기 위주의 교육 행정은 여러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고 한다. 교권도 무너져가고 학생과 학부모도 옛날과 같지 않다고 한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는데 교육이 변하지 못해 오늘의 어려움을 만들었다고 한다. 모두가 맞는 말이다.
학생들이 행복하게 뛰어놀고 공부해야 할 학교가 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사회 공통의 아픔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교육계가 책임을 외면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여러 요인은 있겠지만 요사이 청소년들이 하나뿐인 생명을 스스로 버리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해답은 무엇일까? 지극히 상식적이며 평범한 대답이 있다. 관심과 사랑이야말로 모든 교육적 지도의 보약이다.
채소밭의 무와 배추도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고 한다. 병을 치료하는 의사도 환자와의 대화가 기본 아닌가. 관심과 사랑으로 우리 청소년의 문제에 귀 기울여보자. 아픈 곳이 어딘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관심과 사랑으로 대화를 하자.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좀 더 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주문하고 싶다. 야생화 같은 청소년의 모습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야생화는 온갖 어려움을 이기고 꽃을 피운다. 그러니 그 향기가 독특하고 생명력이 길다. 산나물 맛이 특이한 것은 무엇 때문이며, 산 더덕의 향기가 밭 더덕보다 짙은 것도 무엇 때문인가. 비바람을 이겨내고 밤이면 찬이슬을 맞고, 가뭄에는 뿌리를 땅속 깊이 내려서 말라죽지 않으려고 온갖 애를 쓰기 때문이 아닌가. 영하 20℃를 오르내리는 추운 겨울에는 얼어 죽지 않기 위해서 온 생명을 다해 투쟁하면서 살아남았기 때문이 아닌가. 우리 청소년들도 이렇게 자라야 한다. 동토의 땅 시베리아에 가서 가스와 기름을 캘 수 있어야 하고, 열사의 땅 중동에 가서 건설의 역군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잡초 같은 삶은 어떨까? 우리 청소년들도 잡초의 강인한 생명력을 닮아야 한다. 아무리 뭉개져도 다시 살아나는 끈질긴 잡초의 모습은 오늘날 나약한 청소년과는 너무나 다르다. 체격만 커다란 힘없는 거인이 아니고, 마라톤 선수 같은 지구력과 농구 선수 같은 순발력과 레슬링 선수 같은 강인함이 필요하다.
잡초 같은 생활은 훗날 우리 청소년들에게 있을지도 모를 역경을 헤쳐나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우리의 암울했던 정치사에서 보던 야당 투사 같은 기질도 필요하다.
인간에 야성이 없으면 무슨 매력이 있겠는가? 어디 가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모습의 인격체로 성장해야 한다. 가진 자 앞에서 초라해하지 말고, 가진 것이 없어도 당당하게 자라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또래 집단 속에서 싸워도 보고, 야영과 캠핑을 통해 동료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여름 방학이면 돈 몇 푼을 가지고 야영을 떠나 새카맣게 그을고 눈이 쑥 들어갈 정도로 고생도 하고 배가 고파서 허덕이면서 참아 보는 끈기를 키울 수 있어야 한다.
1997년 말의 IMF라는 예방주사가 있어 우리 경제가 오늘의 경쟁력을 갖추고 수출 1조달러를 달성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요사이 제기되는 어려운 교육 문제가 인재 대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그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중심에 겨울의 모진 추위를 이기고 온 누리에 향기를 선사하는 봄꽃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우리 청소년들이 서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이영우 경북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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