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마트폰 요지경] <하·끝> 훔친 스마트폰 어디로 가나

경찰도 모르는 유통경로 중국·동남아 밀반출

대구 도심 곳곳에 나붙은 스마프폰 매입 전단지.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 도심 곳곳에 나붙은 스마프폰 매입 전단지.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인터넷 중고나라 사이트에는 '기종에 상관없이 중고 스마트폰을 사겠다' '스마트폰 여러 개를 한꺼번에 팔겠다'는 등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중고 휴대폰 30여 대를 한꺼번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이도 있었다. 30여 개의 스마트폰은 모두 다른 종류였으며, 상태에 따라 대당 3만~15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취재진이 정상 해지된 중고 휴대폰만 매입한다는 글을 올렸더니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을 팔겠다는 전화가 3통 왔다. 10대로 추정되는 한 청소년은 "분실폰을 여러 대 가지고 있는데 사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분실폰 삽니다"

21일 오후 대구 동성로. 건물 외벽에 중고 스마트폰을 매입한다는 스티커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스티커에는 연체폰, 정지폰, 파손폰을 무조건 구입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습득'분실폰을 산다는 내용이 적힌 스티커도 있었다.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기사를 상대로 스마트폰을 매입한다는 전단을 돌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기자가 스마트폰을 매입한다는 스티커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상태가 좋은 아이폰4를 주웠는데 한 대 팔면 얼마를 줄 수 있나"는 질문에 "현금으로 20만원을 주겠다"고 말했다.

"분실'도난신고가 돼 있으면 어떻게 하나" 하고 물었지만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알아서 처리한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전단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해서 "아이폰4 화이트 기종을 팔려고 한다"고 했더니 30대 초'중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은 모델명을 말하라고 요구했다. 모델명을 들은 남성은 "9만원이다. 시민운동장으로 오면 1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대구 시민운동장으로 갔더니 20대 중반의 이 남성은 골목길로 안내했다. 이 남성은 "매입한 폰을 2배의 가격으로 2차 매입업자에게 판매한다. 매입한 스마트폰은 택배를 이용해 2차 매입업자에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얼굴을 본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대구에 비슷한 활동을 하는 사람이 10명 정도 있다. 전단지는 많지만 10여 대의 대포폰으로 만들어진 번호이기 때문에 모두 한 명의 2차 매입업자에게 연결된다"고 말했다.

◆중국 등지로 밀반출

분실되거나 도난된 스마트폰은 아무런 제약 없이 판매되고 있다. 스마트폰 유통 경로는 다단계 조직과 비슷했다. 택시기사나 주점'클럽 종업원 등이 줍거나 훔친 스마트폰은 장물업자나 1차 매입업자에게 판매된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도난'분실폰의 경우 적발될지도 모른다는 핑계로 적게는 5만원부터 거래된다. 1차 매입업자가 5만~20만원에 스마트폰을 매입하고, 다시 20만~30만원을 받고 2차 매입업자에게 판매한다.

경찰 한 관계자는 "2차 매입업자 이후의 단계는 지역 단위를 벗어나기도 하고 최종 매입업자에 이르는 단계가 복잡해진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2차 매입업자는 대포폰을 여러 대 만들어 1차 매입업자에게 나눠준 뒤 스마트폰을 매입하라고 지시한다. 이 과정에서 2차 매입업자는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긴다. 2차 매입업자는 시내의 클럽이나 노래주점 종업원, 가출 청소년 등과 미리 짜고 직접 스마트폰을 받기도 했다.

2차 매입업자는 1차 매입업자들을 통해 모은 스마트폰을 대당 2만~3만원의 수익을 남기고 상위 매입업자에게 넘긴다. 상위 매입업자는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며 최종 매입업자에게 스마트폰을 넘기거나 해외로 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모인 스마트폰은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밀반출된다.

경찰 한 관계자는 "도난된 스마트폰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1차 매입업자를 잡아도 이들이 대포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위 단계 매입업자의 신상을 알기 어려워 검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김항섭기자 suprem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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