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아백화점의 추락… "사실상 아울렛"

이랜드서 인수 2년 만에 무늬만 백화점으로

대구백화점과 양대 산맥을 형성하던 동아백화점은 2010년 3월 이랜드리테일에 인수된 뒤 가전과 화장품 매장을 잇따라 철수 하는 등 백화점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동아쇼핑점 전경
대구백화점과 양대 산맥을 형성하던 동아백화점은 2010년 3월 이랜드리테일에 인수된 뒤 가전과 화장품 매장을 잇따라 철수 하는 등 백화점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동아쇼핑점 전경

'무늬만 백화점?'

대구 대표 유통업체였던 동아백화점(중구 반월당)이 아울렛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백화점의 얼굴격인 화장품매장과 가전매장이 철수한 데다 매장마다 이랜드 중저가 패션잡화 브랜드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1972년 개점 이후 유지해 온 동아백화점의 색깔이 이랜드 인수후 완전히 사라졌고 이랜드 소속의 아울렛 매장으로 사실상 전환됐다"고 말했다.

동아백화점은 지난해 쇼핑점 7층 생활 가전 가구 매장(957㎡)을 모두 빼고 그 자리에 잡화 브랜드인 '모던하우스'를 입점시켰다. 이랜드는 현대백화점에 맞서 차별화 전략으로 매장 재편에 나섰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아울렛'전환 수순을 밟고 있다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가전매장은 고품격을 지향하는 백화점의 간판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모던하우스는 가구에서부터 양초, 타월에 이르기까지 생활에 쓰이는 제품을 취급하는 이랜드 저가 생활 잡화 브랜드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마다 생활가전 매장은 큰 수익이 나지 않지만 '백화점이 고급 이미지'란 구색을 맞추기 위해선 필요악(?)"이라고 했다.

고급 화장품 브랜드도 빠졌다. 화장품의 경우 지난해 중순부터 속속 해외 유명 브랜드가 매장을 철수한 데 이어 현재 1층 화장품매장은 이랜드 직영 제화매장으로 꾸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매장, 해외 유명 화장품과 명품 매장이 철수하면서 사실상 백화점으로 평가하기 힘들어졌다"고 진단했다.

매장 리뉴얼과 함께 동아백화점만의 전통도 사라지고 있다. 1984년 개관한 이래 매년 40여 회 이상의 전시회를 열어온 동아 쇼핑 내 동아미술관이 지역 미술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월 끝내 문을 닫고 식당가로 바뀌었다. 자본의 논리가 앞선 탓이다.

지역 밀착형 매장으로 인기를 누렸던 식품관의 강점도 사라졌다. 매입 기능이 대폭 축소되면서 대구경북 농산물 구매 물량이 줄어든 대신 이랜드 본사에서 구매한 상품들이 진열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 백화점 관계자들은 "동아백화점이 최고의 식품관을 자랑했을 때는 경쟁사 직원들이 동아식품관에 살다시피 했다"며 "그러나 이랜드로 인수 된 후 특색있던 동아식품관이 대형마트와 비슷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동아백화점 직원들은"동아백화점이 지역을 대표하는 1등 기업이란 자부심이 강했지만 이랜드 인수 후에는 지역 기업이란 이미지가 사라졌다"며 "지역 친화적인 매장 구성이나 지역 공헌도도 상당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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