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난 집 기름' 이번엔 스페인 은행권 부실

스페인 은행권 부실 여파가 유로존 재정 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부실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데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스페인 은행들에 잇따라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강수를 두고 있다. 이럴 경우 정부 부담이 커져 결국 스페인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4위 규모 은행인 방키아가 스페인 정부에 190억유로(한화 약 28조2천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는 이달 9일 스페인 정부가 방키아에 45억유로를 지원하고 출자전환을 통해 지분 45%를 인수하는 내용의 국유화 방침을 발표한 지 보름여 만이다.

190억유로를 추가 지원할 경우 방키아에 투입되는 공적자금은 총 235억유로(지분율 90% 이상)로 늘어나 사실상 정부 은행이 된다. 스페인 정부가 공적자금을 쏟아부어야 할 정도로 정부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이는 재정 악순환으로 이어져 결국 유럽연합(EU)에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통한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5일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대규모 예금인출사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방키아를 비롯해 방코포풀라르, 방크인테르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방카시비카는 BB로 하향 조정했다.

스페인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면서 국채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올 3월 1일 4.87%였던 스페인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이달 21일 6.28%까지 급등했다. 특히 스페인 은행들은 부실 부동산 자산만 1천840억유로를 이미 갖고 있어 전체 여신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만 3월 말 기준 8.37%로 18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국제금융협회(IIF)는 '세계 경제 분석' 보고서에서 아일랜드 은행이 금융위기 당시 입은 타격을 계산한 방법을 스페인 은행에 적용한 결과 대출 손실이 2천160억~2천60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페인 재정 위기가 유로존 사태의 최대 변수로 자리 잡으면서 이달 말 아일랜드에서 실시되는 신재정협약 찬반 국민투표도 유로존 사태의 또 다른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4대 경제국 정상들은 다음달 22일 로마에서 모여 유로존 위기 해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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