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나무 그늘에 앉아/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정호승의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 중에서)
친구야, '한 도시 한 책읽기 운동 선포식'을 마치고 네 글을 받았어. 넌 나에게 고마움을 전했지만 진짜 고마운 사람이 나야. 그만하면 우리 잘해 낸 거지? 모두들 자기 일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보면서 엉뚱하게도 나는 내가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이렇게 한 발자국씩 걸어가면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함께 걸어가는 시간이 오겠지? 기다리지만 말고 힘들어도 조금씩 다른 사람들에게 걸어가자꾸나. 그래야 여기로 와야 할 다른 사람이 조금 덜 힘들겠지?
난 믿어. 삶은 단순히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한 발자국씩 찾으러 떠나는 것을.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 그러니까 사람들, 아이들, 풍경들, 슬픔들, 그리움들, 좀 거창하게 말하면 대한민국. 정말 버릴 수 없는 것들이잖아. 기다리지만 말고 한 발자국씩 찾으러 떠나야 하잖아. 그렇게 떠나서 걸어가다 보면 그 가장자리에나마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친구야,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에 '세렌디피티'(serendipity)란 말이 있어. 그 말은 무엇이든 우연히 잘 찾아내는 능력, 재수 좋게 우연히 찾아낸 것, 즉 '뜻밖의 행운'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어.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아름다운 느낌을 가진 단어이지 않니? 오늘 난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 아니, 함께 오늘 하루를 힘겹게 걸은 사람 모두에게 이 말을 해 주고 싶어. "넌 나에게 '세렌디피티'야."
삶의 길을 걷다 보면 이런 시간, 이런 공간, 특히 이런 존재를 만나게 되지. 어쩌면 시간과 공간, 그리고 존재가 서로를 채우면서 이런 풍경으로 자라기도 한단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나에게도 '세렌디피티'가 무척 많다는 생각이 들어 무척 행복해. 물론 위에서 말한 것처럼 넌 중요한 '세렌디피티'야. 이런 인연들로 만난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다른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야. 그렇게 우리도 그들의 '세렌디피티'가 되는 거야.
친구야, 나는 그랬어. 제법 많은 시간을 살았고, 눈물이 있었던 시간도 있었지만 그것조차도 내가 걸었던 시간이었기에 소중하기도 했어. 바늘에 찔리기도 하고, 칼날에 베이기도 했지만, 그래서 아픔과 눈물로 남아있기도 했지만 그것이 내가 사랑한 존재였기에 궁극적으로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저장되는 존재가 되기도 했어. 시간과 공간, 그리고 존재가 함께 만든 풍경은 더욱 선명하게 저장되지. 그때 '풍경'이란 언어는 나만의 언어야. 그 풍경 속에는 시간이 살고, 공간이 살고, 바로 사람이 살지.
친구야, 그런데 사람이 만드는 풍경은 언제나 힘들 때가 많아. 손을 내밀어 움켜잡으면 풍경은 일그러지고 말아.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바라보면 풍경은 더욱 멀어. 그래서 눈을 감으면 흐릿한 풍경들이 살아나는 풍경으로 변하면서 선명하게 다가온단다. 난 사람이 좋아. 비록 힘든 시간이어도 사람들이 만드는 풍경이 좋아. 사람들이 만들어준 내 안의 풍경을 지울 수 있는 내 삶의 지우개는 없었어. 눈물이 없지는 않았지만, 신음이 자라기도 했지만, 내가 만든 내 안의 풍경은 삶만큼이나 절실해. 그 절실한 풍경이 만드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야. '세렌디피티'는 그렇게 우리들이 함께 만들어 온 내 안의 풍경과 다름 아니야. '세렌디피티', 입 속에 바람소리가 들린다. 책 쓰기는 바로 그 바람소리야.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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