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가족 이야기] 우렁각시 내 동생

매년 이맘때면 일교차가 심해서 감기 환자가 부쩍 많은 것 같다. 나 역시 감기를 달고 산지 벌써 3주차가 다 되어 무척이나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금요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정말 파김치가 되어 버린다. 주중에 가끔 어머님이 애들을 봐주러 집에 들렀다 가시지만 그날은 일이 있어서 못 오신다고 하신 날이었다. 장볼 겨를도 없이 뭐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집안일을 잘 도와주는 남편도 출장 중이여서 일찍 올리가 만무했고 아직 아이들도 학원에서 오지 않았는데 말끔히 정돈된 거실과 집안 가득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하였다. 인기척은 전혀 없고 식탁에 벌써 저녁이 다 차려져 있었다. 식탁 모서리에 조그만한 카드가 보였다. '언니 요즘 아픈데 일하느라 힘들지. 차린 건 없지만 애들과 맛있게 먹기 바래. 그리고 얼른 낫고 일이 있어 얼굴도 못보고 가 섭섭하네. 사랑하는 동생이'라고 쓰여 있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어제 저녁 동생과 잠깐 통화했는데 감기 안 낫는다고 했더니 자신도 바쁘면서 멀리서 와서 청소에 저녁까지 해놓고 밑반찬까지 만들어 놓고 가다니 어릴 적에는 소소하게 참 많이 싸우기도 했는데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꿰 뚫어보는 것 같아 너무 고마웠다. 우렁각시 동생의 정성과 사랑 덕분에 다음날 몸이 한결 가뿐해진 것 같았다. 이렇게 솜씨 좋고 마음씨 착하고 예쁜 동생을 아직 데려간 이가 없으니 세상의 남자들은 다 눈이 어떻게 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올해는 동생이 꼭 좋은 짝을 만나 알콩달콩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다.

조정아(대구 북구 구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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