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가 일어난 지 1년 3개월여가 지났다.
전체 전력의 30%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이지만 사고 이후 50여 기의 원전 사용을 일체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하절기가 다가오자 "절전 아니면 죽는다"는 각오로 초강도의 대책을 내놓았다. 올여름 일본은 전년 대비 전력 소비를 5~15% 의무적으로 줄여야 하며, 필요할 경우 두 시간씩 강제로 전기를 끊는 계획정전도 실시한다.
우리의 전력 사정도 일본보다 그리 낫지는 않다. 지난해 9월 15일 우리는 사상 초유의 순환 정전 사태를 겪었다.
당시 발전소 정비 때문에 전력 공급이 부족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각 기관이나 시민들이 절전 의식 없이 전기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것도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OECD 평균보다 47% 낮은 수준으로 전력 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전형적인 에너지 과소비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력 부족난이 되풀이될 것 같다.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는 전년 대비 480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력 공급 능력은 90만㎾ 증가에 그쳐 오는 8월에는 예비전력이 심각 단계인 150만㎾ 이하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와 같은 정전대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전기를 아끼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장기적으로 발전소 증설도 하나의 대안이 되겠지만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한다면 지금 눈앞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당장의 해결책은 아니다.
우리 지역의 경우 대도시 특성상 전체 전력 소비 중 가정'상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55%로 산업, 수송, 공공 등 다른 부문을 합친 소비량보다 많다.
시민들의 절전 동참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서는 무심코 전기를 낭비하는 사례가 여전히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러한 전력 낭비 행위 근절을 위해 백화점, 대형마트 등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냉방 온도를 26℃로 제한하고 7월부터는 출입문을 열고 냉방기를 가동하는 상가나 업소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그러나 하절기 전력 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절전 동참이다.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냉방을 잠시 중단하고 냉방온도를 26도에 맞춰 놓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름에 원전 1기가 생산하는 전력인 100만㎾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전기를 아끼면 전력 생산에 사용되는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의 소비를 줄여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고, 온실가스를 줄이면 기후 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의 속도 또한 더디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이어가다 보면 절전으로 인한 효과는 1석 2조가 아닌 1석 10조로 늘어나 그 필요성에 더욱 힘이 실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렇듯 시민 개개인의 작은 실천이 모여 하절기 전력 위기를 이겨낸다면 이것이야말로 저탄소 녹색성장의 진정한 실현이 아니겠는가. 물론 절전 외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녹색생활을 실천하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이제 실천은 우리 모두의 몫으로 주어졌다. 이번 여름, 나 하나 편하면 그만이지 하는 무관심에서 벗어나 조금 덥고 불편하더라도 전력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우리 시민들의 아름다운 동참을 기대해본다.
김범일(대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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