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890km 떨어진 국제관광도시 아스완. 이곳에서 다시 나일강 상류로 7km가량 올라가면 '아스완 하이댐'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댐 위에 올라서면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거대한 나세르 호가 눈에 들어온다. 아스완을 찾은 관광객들이 꼭 들러야 하는 명소 중 하나로 자리잡은 아스완 하이댐은 '파라오 시대의 피라미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뛰어난 세기의 프로젝트'로 불린다. 이집트를 나일강으로부터 해방시킨 것이 바로 아스완 하이댐이다.
◆'세기의 프로젝트' 아스완 하이댐
나일강변에 위치한 여러 나라들 가운데 이집트는 나일강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나라였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이집트를 방문해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나일강은 낙동강과 닮았다. 강 폭도 비슷한 데다 도심을 끼고 흐르기 때문이다.
나일강은 고대 이집트 문명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줬다. 수천 년 동안 나일강 양쪽 강변과 나일강 삼각주 범람 지역에는 경작지가 형성됐다. 하지만 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나일강의 범람으로는 더 이상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1950년대 이집트 정부는 경제 발전 계획을 세웠지만 이용할 수 있는 자연 자원이 한정돼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나일강에 아스완 하이댐을 만들어 경제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자원을 얻으려고 했다.
이집트 정부는 구 소련의 자금과 기술을 지원받아 1959년 아스완 하이댐을 설계했다. 이어 1960년에 댐을 착공해 1971년 7월에 완공했다. 이 댐을 건설하는 데 모두 10억달러가 들었고 사용된 건자재 양은 기자에 있는 대 피라미드의 17배에 달했다.
아스완 하이댐은 세계에서 가장 큰 댐이다. 높이는 112m, 길이는 5km에 이른다. 저수용량은 1천570억㎥로 소양강 댐의 54배에 달한다. 댐 건설로 상류 부분에 길이 650km, 너비 25km에 이르는 거대한 호수인 나세르 호가 만들어졌다.
아스완 하이댐 덕분에 하류의 유량을 조절하고 홍수 범람을 막을 수 있었다. 이 댐의 건설로 1만㎢의 사막이 농토로 바뀌었다. 막대한 전력공급은 이집트의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공업발달의 바탕이 됐다.
◆이익에만 몰두, 환경파괴 간과
긍정적 효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댐 건설로 인한 문화유적 손실과 생태계 파괴 등 부정적인 측면도 많았다.
아스완 하이댐 건설로 생긴 인공호수 나세르 호 때문에 수몰 위기에 처한 아부심벨 신전과 필레 신전 등 20여 개의 문화유적을 해체해 높은 지대에 복원해야 했다. 이로 인해 4천만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 또 누비아 사막지대의 나일강 유역에 살던 원주민 누비아인들은 누비아 사막 남쪽 끝 아토바라 강의 에티오피아 국경 근처까지 쫓겨나야만 했다.
이와 함께 저류된 물은 주변의 건조한 토양으로 스며들어 이 지역의 지진 가능성을 높였고, 댐의 물 약 11%가 증발에 의해 자연적으로 감소됐다. 사람과 동물에 영향을 미치는 수인성 전염병이 발생했고 댐이 모래와 진흙의 흐름을 막았다. 하류로 흘러가는 물이 영양분과 모래를 운반하지 못하게 됐으며 댐 하부로의 물 흐름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지중해로부터 염분이 있는 물이 역으로 유입돼 담수에 염분의 농도가 높아졌다.
특히 상류에서 내려온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나일강 하류 삼각주는 바닷물에 침식돼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연안해역에는 염분이 높아지고 부영양화까지 겹쳐 어업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이는 이집트 정부가 댐 건설 당시 발생할 수 있는 이익에만 집착한 탓이다. 이집트 정부는 거대한 댐을 건설하면서 댐이 생태 환경에 미칠 영향을 간과했다. 제대로 된 환경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으며, 생태 환경이 파괴된 뒤의 대책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댐이 건설된 뒤 문제점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댐으로 인한 생태 환경 파괴가 더욱 심각해졌다. 강 유역의 생태 환경뿐만 아니라 이집트 전체 경제도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
아스완 하이댐이 건조된 뒤 나일강변의 토지 비옥도가 떨어지면서 농민들은 대량의 화학비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농민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화학비료는 필연적으로 환경문제를 일으켰다.
아스완 하이댐은 고대 이집트가 남긴 수많은 유적에도 재난이었다. 아스완 하이댐으로 형성된 호수에는 여전히 신전과 궁전 등 많은 유적지가 잠겨 있다. 식량 생산량은 늘었지만 댐 때문에 파괴된 고대 문명의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가 없다. 또 유적을 옮기는 도중에 고대 유적이 지니고 있던 원래 매력은 크게 손상됐다.
이집트 인구의 80% 이상이 댐 건설로 조성된 세계 최대의 인공호수인 나세르 호 주변으로 모여들어 지역간 불균형도 심해졌다. 곡창지대인 나일강 삼각주의 농업생산도 강이 범람하고 침전물이 막히는 바람에 갈수록 줄어들고 염도가 낮아진 지중해의 생태계까지 바뀌고 있다.
◆댐 악영향 줄이기 위해 노력
최근 이집트 정부는 아스완 하이댐의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집트는 사막이 많아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땅의 면적은 전 국토의 5%에 불과하다. 이집트 인구의 대부분은 나일강 연안을 따라 형성된 도시와 마을에 거주하고 있다. 이집트의 연간 평균 강우량은 18㎜에 불과해 나일강에 의존하지 않고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이집트의 수자원 중 나일강이 차지하는 비율은 97%에 이르지만 나일강 수질이 환경 기준치를 밑돌 때가 많다. 나일강으로 방류되는 물 중 하수처리시설을 거친 비율이 3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집트 정부는 나일강에 관측소를 설치해 수질관리에 나섰으며, 2017년까지 지방에 하수처리와 위생시설을 확대 설치해 병원균의 오염원을 근절할 계획이다.
나일강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이 강을 공유하는 다른 국가들과 원활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과제다. 에티오피아와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등이 나일강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어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집트는 수자원 개발과 관리, 상하수 체계 개선 등 물과 관련된 사업에 민간기업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재정부담을 덜고 효율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또 프랑스와 세계은행 등의 재정적 도움을 받아 상수원의 수질 관리와 하수기반시설 개선사업도 벌여나가고 있다.
합두 사이드 씨는 "나일강에 아스완 하이댐이 세워지면서 홍수기 피해와 갈수기 가뭄 피해가 사라졌지만 환경문제는 심각해졌다"면서 "이집트인들에게 소중한 나일강을 더 이상 개발하지 말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집트 아스완에서 글'사진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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