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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정가(正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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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은 크게 정악(正樂)과 민속악으로 나눈다. 정악은 아악(雅樂)과 같은 뜻으로 대개 궁이나 선비 계층의 음악이며, 민속악은 서민층 음악으로 농악이나 민요, 판소리가 있다.

정악 가운데 가곡, 가사, 시조처럼 노래로 부르는 성악곡을 통틀어 정가(正歌)라고 한다. 기품이 높고 바른 노래라는 뜻으로 고려, 조선 때 크게 발달했다. 그 중 가곡과 시조는 시조를 가락과 장단에 맞춰 부르는 것이고, 가사는 시조보다 긴 시를 부르는 것이다. 가곡은 유네스코 인류 무형 유산이기도 하다.

사물놀이, 농악, 판소리의 대중화가 빨랐던 데에 반해 정악은 상대적으로 발전이 느렸다. 그나마 여러 악기의 합주인 줄풍류는 대학의 국악과 등을 통해 전문 연주인이 꾸준히 배출되고, 지방자치단체가 국악단을 운영하거나 많은 국악단체가 활동하고 있어 연주를 접할 기회가 적지는 않다.

반면 정가는 한 호흡이 30초에서 1분이 넘을 정도로 느리고, 단조로워 대중화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여창 가곡인 '평롱'의 첫 장인 '북두칠성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분께'를 노래하는 데 1분이 넘게 걸린다. 긴 호흡과 함께 모음을 길게 늘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전문 연주인의 길을 걷는 이나 공연이 적다.

그러나 조선시대 때 거문고가 선비 필수품으로 여겨졌듯이, 정가는 선비 풍류의 하나였다. 선비는 공자의 '낙이불음 애이불상'(樂而不淫 哀而不傷'즐거우면서도 질탕하지 않고, 슬프면서도 상심하게 하지 않는다)에 바탕하여 거문고 연주와 정가를 즐기며 마음 수양에 힘썼다. 이런 뜻에서 정가는 선비의 나라인 조선을 있게 한 문화의 중심축인 셈이다,

2001년 창립한 한국정가진흥학회(회장 윤용섭)는 정기연주회와 강습회를 통해 정가 보급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개최하는 전국정가경창대회는 올해 11회째를 맞는다. 또 지난주부터는 공연장이 아닌 야외에서도 공연을 한다. 9월 22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대구 중구 계산동 서상돈 고택에서다. 이곳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한 대구 근대골목의 중심부다. 따뜻한 질감의 고택에서 정가 공연을 보고, 한양으로 가는 과거길이던 영남대로를 거닐면서 조선시대 선비의 행로를 더듬어 보는 것도 좋은 주말 저녁을 보낼 수 있는 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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