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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범죄 대책 공염불 되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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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26일 당'정 협의회를 열고 성범죄 근절과 예방 대책을 논의했다. 통영 초등학생과 제주 올레길 피살 사건을 계기로 아동'여성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현행 성범죄자 신상 정보 공개와 열람 등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특수강도강간 등 죄질이 무거운 성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아동'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폭력 범죄의 경우 단 한 차례의 범행으로도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성범죄자 신상 정보 공개를 전자발찌와 마찬가지로 법 시행 이전 3년까지 소급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과 제도 개선에도 국민 불안감이 숙지지 않는 것은 이제까지 당국이 보여준 성범죄 전력자의 점검'관리 등 부실한 대응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동안 당국이 성범죄자에 대해 물샐틈없는 관리 체계를 갖추고 점검했더라면 최근과 같은 비극이 발생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법무부와 경찰이 전자발찌 착용 성범죄자의 신상 정보 공유와 관리를 놓고 책임 소재를 따지며 갈등을 빚고 있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무엇보다 경찰이 전자발찌 착용자의 신상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현재 전국의 전자발찌 착용자는 총 982명으로 법무부 보호관찰관 100여 명이 관리하고 있는데 현행법상 경찰은 전자발찌를 끊는 등 부착 명령을 위반한 사건에 대해서만 신상 정보를 넘겨받아 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법무부가 전자발찌 파손이나 임의 도주 등을 통보하지 않으면 경찰이 알 수도 없다는 말이다.

대구'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신상 정보가 공개된 지역 성범죄 전력자는 193명,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성범죄 우범자는 모두 1천333명이다. 성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한 수배자도 19명이나 된다. 성범죄자 신상 정보를 손금 보듯 훤히 알고 점검해야 할 경찰이 눈뜬장님 신세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은 국민 스스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소리나 다를 바 없다. 성범죄에 대한 사법 당국의 현실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성범죄 대책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도록 관계 기관과의 협조 체계 등 기본 사항부터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관련 대책을 면밀히 수립해 더 이상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적극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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