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이 처음 도전하는 사극 코미디 '나는 왕이로소이다'(8일 개봉)는 왕이 되기 싫어 월담을 강행한 세자 충녕과 엉겁결에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노비 덕칠의 기막힌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주지훈이 1인 2역으로, 충녕과 덕칠을 번갈아 연기했다.
덕칠을 연기하며 그는 조금은 바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선보인다. 귀공자 같은 인상의 주지훈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역시 연기자는 연기자라고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각 잡혀 있지 않은 것들, 좀 더 인간적인 본능에 충실한 주인공의 모습이 재미있었어요. 이어지는 에피소드들도 충분히 공감이 갔죠. 극 중 제 모습, 자연스럽지 않나요?"(웃음)
3년 만에 영화…사극 코미디 도전
처음 도전하는 장르, 그것도 1인 2역이다. 힘이 2배로 들 수밖에 없다. "다른 영화보다 2배는 더 찍었을 거예요. 몸이 하나니 힘들더라고요(웃음). 또 충녕을 연기하고 바로 또 옷을 갈아입고 덕칠 역할을 연기했는데, 촬영 초반에는 한 인물에 두 사람이 묻어 있었어요. 온전히 한 사람이 되기 힘들었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는 천연덕스럽게 충녕과 덕칠을 자유자재로 오갔다. 그는 "어떤 것을 할 때보다 집중력이 높았고, 뭘 하든 잘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극 중 조금은 생소한 그의 모습이 낯설지도 모르겠으나, 새로운 모습을 보는 재미가 더 크다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주지훈은 9월 개봉 예정인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사극에 처음 도전, 1인 2역을 연기한 이병헌과 비교가 된다. 두 영화는 장르는 다르지만 모티브나 콘셉트는 비슷하다. 주지훈은 이 질문을 너무 많이 들었는지 손사래 치며 웃어넘긴다.
"많이들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비교하지 않으셔도 돼요(웃음). 일단 장르가 달라요. 또 비교라기보다 전 이병헌 선배를 진심으로 존경해요. 또 선배 작품이 나오면 시간 내서 꼭 찾아보죠. 좋은 선배를 보면서 나이를 좀 더 먹고 싶은 생각을 하기도 하죠. 연기에 연륜이 묻어나거든요. 다른 선배들 모두의 연기를 보며 많이 느끼고 배워요."(웃음)
주지훈은 SBS TV 주말극 '다섯 손가락'에서 피아니스트로 5년 만에 안방극장에도 복귀한다. 그는 "시스템이 어떻게 변해 있을까 무섭다"며 "빠듯한 드라마 스케줄도 예정돼 있을 텐데 체력적인 면도 고민"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나이가 들어 걱정이 돼요. 좀 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고민이라고 할까요? 드라마는 1주일에 영화 한 편을 찍는 거잖아요. 집중해서 연기해야 하는데 눈이 초롱초롱해야 할 순간에 졸음 가득 찬 눈빛이면 안 되니까요."(웃음)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최근에는 밴드활동도 병행한다. 전역 후 바쁘게 살아가는 듯하다. 조심스럽게 '입대 전 발생했던 마약사건과 관련해 과거를 잊으려고 열심히 활동하느냐'고 물었다. 그건 아니라고 했다. "한 살 한 살 더 먹다 보니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게 많더라고요. 예전에는 공감 못 했던 것들이 지금은 공감이 가니깐 더 다양하게 활동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지만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너무 고맙다"며 지금 할 수 있는 건 "연기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는 그는 "팬들이 가까이 다가와도 표현 방법을 몰랐는데 지금은 여유로워졌다"며 "내가 여유로워지니깐 팬들도 편하게 대해주더라"고 좋아했다.
김수현과 한솥밥 "매력 많은 후배"
그가 없는 사이 연예계에 멋지고 잘생긴 배우들이 많아졌다. 이를테면 같은 소속사 김수현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 주지훈은 "수현이는 잘될 줄 알았다"며 "진심으로 후배들 가운데 좋은 연기자가 많이 생긴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웃었다.
김수현에게서 위기감을 느끼진 않느냐고 하니 "나와 다른 매력이 있다"며 "그래서 우리가 모두 먹고살 수 있는 것"이라고 눙친다. "전 선배한테도 배우지만 후배한테도 많이 배워요. 자극이 되죠. 나는 무서워서 못한 일을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해냈을 때 '저것 재미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오랜만에 복귀하는 영화니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을까. 주지훈은 "흥행은 연기자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정말 완벽하게 준비해도 시대흐름과 안 맞아 외면받을 수도 있어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모든 힘을 쏟을 뿐이죠. 흥행에 신경 쓰기보다 열심히 연기하고, 열심히 홍보할 뿐이에요. 계속 작품활동을 하고 싶긴 한데 솔직히 흥행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아요. 물론 한 치 앞도 못 보는 게 인간이니 나중에는 안 그럴 수도 있죠."(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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