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 8점… 와∼ 8점!'… 기보배 피말린 슛오프 승리

2일 자정 무렵 런던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금메달 결정전이 열린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 한국 양궁의 자존심을 둘러멘 기보배(24'광주광역시청)는 멕시코의 아이다 로만과 5대5(27-25 26-26 26-29 30-22 26-27)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며 마지막 한 발로 승부를 내는 슛오프(한 발씩 쏴서 과녁 한가운데에 가깝게 쏘는 사람이 승리)에 들어갔다.

남은 건 정신력 싸움.

그러나 기보배의 화살은 예상치 못하게 8점 라인에 들어갔다. 기보배도, 이를 지켜보던 코치진도 순간 당황했다. 응원 나온 한국 교민들은 흔들던 태극기를 뚝 떨어뜨리며 절망감에 휩싸였다.

4년 전 베이징 때처럼 금메달까지는 운이 닿지 않는 줄 알았다. 그래도 아직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어서 이내 숨을 죽이며 모두가 로만의 마지막 화살을 지켜보기로 했다.

'퍽' 하는 소리가 났고, 화살이 꽂힌 지점에 모든 시선이 몰렸다. 중앙에서 왼쪽 10시 방향. 분명히 8점 라인이었다.

대형 스크린을 쳐다보던 기보배는 탄성을 질렀다. 자신이 쏜 화살보다 5㎜ 정도 중앙에서 더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제야 응원석에서는 태극기가 물결을 쳤다. 목청껏 내지른 "대~한민국"에는 감동의 물기가 촉촉이 스며 있었다.

둘이 쏜 화살은 눈으로도 확연히 구분돼 따로 도구를 이용한 정밀 측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기보배가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은 이처럼 한 편의 드라마였다.

기보배는 김수녕(1988년 서울), 조윤정(1992년 바르셀로나), 김경욱(1996년 애틀랜타), 윤미진(2000년 시드니), 박성현(2004년 아테네)에 이어 개인'단체전을 모두 석권한 선수가 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중국에 내줬던 개인전 타이틀도 되찾았다.

한국 양궁은 여자 단체전 금메달, 남자 단체전 동메달 획득에 이어 기보배의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보태 다시 한번 양궁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양궁대표팀은 내친김에 3일 열리는 남자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따내겠다며 분발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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