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시봉회' 회원들과 시각 장애우 나들이

"허 회장, 내 평생 소원이 하나 있는데 말해도 되는가?" "뭔데요? 어르신." "움직일 수 있을 때 시원한 바다에 몸 한 번 담가보는 걸세."

이달 22일 시봉회(회장 허정건)는 대구시 시각장애인 및 봉사회 회원 20명과 함께 월포 나들이를 다녀왔다. 올 6월 24일 시각장애어르신들과 함께 산행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옆 좌석에 앉았던 한 장애어르신의 소박한 소원이 마음에 걸려 들어주기로 한 것,

김선호(59) 어르신은 10여 년 전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양쪽 시력을 잃었다. 하지만 김 씨는 봉사회 산행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면서 평소 밝게 지내신 어르신이다. 승용차로 한 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바다가 많은데도 어르신에게 간절한 소망이라니…. 허 회장은 순간 가슴이 '싸~'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산행 다음 날 허 회장은 바로 봉사회 임시회의를 소집했다. 4년째 산행 봉사회를 통해 봉사회원들은 가족같이 지내온 터라 뜻이 통할 것 같아서다.

임시회의에서 허 회장은 "세상 눈치 안 보고 밀려오는 파도에 둥둥 자유롭게 몸을 내던져보고 싶다"는 어르신의 소망을 한 번 들어주자고 얘기를 꺼내자 저마다 돕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박순남(안데르센어린이집 원장) 회원이 차량 두 대를 지원해주겠다고 선뜻 말해 신이난 회원들은 음식과 튜브, 규명조끼 등 물놀이 준비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바다 나들이를 가는 날, 명덕역에서 출발한 두 대의 차량은 시원한 고속도를 한걸음에 내달렸다. 비릿한 바다내음이 나자 한 장애인이 벌떡 일어나 바닷가를 가리키며 "와 저기 봐라! 꽁치가 펄쩍펄쩍 뛰어 다닌다"고 말해 차 안은 웃음바다가 됐다.

드디어 그리던 목적지에 도착했다. 장애인과 봉사자들은 1대1 조를 정해 바다로 뛰어 들었다. 장애인들은 웅성거리며 부딪히는 인파도 모래밭의 후끈한 체온마저도 이날 만큼은 애기속살만큼 부드럽게 느껴진다며 즐거워했다. "어르신 튜브를 꼭 껴안으세요" "제 손도 절대 놓치면 안돼요"라며 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봉사원들은 최선을 다했다.

글'사진 오금희 시민기자 ohkh7510@naver.com

멘토: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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