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물, 마셔도 될까?… 낙동강 녹색으로 물들다

강정고령보도 '녹색'…대구시민 70% 식수 매곡·문산정수장서 3km

낙동강 창녕함안보 인근에서 발생한 녹조현상이 빠른 속도로 북상 중인 가운데 7일 오전 달성보 하류 강물이 녹조로 뒤덮여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낙동강 창녕함안보 인근에서 발생한 녹조현상이 빠른 속도로 북상 중인 가운데 7일 오전 달성보 하류 강물이 녹조로 뒤덮여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7일 오전 맹독성 녹조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는 녹조현상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낙동강 달성보를 개방해 유속을 높이고 있다.
7일 오전 맹독성 녹조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는 녹조현상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낙동강 달성보를 개방해 유속을 높이고 있다.

강이 녹색으로 뒤덮이고 있다. 대형 보로 강물 흐름이 정체되고 폭염으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녹조 현상이 발생했다. 경남 창원시'함안군 등 낙동강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는 중류인 대구까지 다다랐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녹조에 독성물질을 함유한 남조류가 함유돼 있다며 식수원에 미치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수질 분석에 나선 대구시는 녹조가 예년 수준이고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추고 있기에 먹는 물은 안전하다고 반박했다. 또 수질관리 규정에 따라 단계별로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낙동강이 녹색으로 물들다

6일 오후 강정고령보에 담긴 낙동강물은 탁한 연둣빛을 띠고 강둑에 어지럽게 난 풀과 같은 색깔이었다. 보의 계단식 어로는 물풀로 뒤덮여 있었다. 초록빛 물색으로 인해 무릎 깊이의 얕은 바닥도 보이지 않았다. 밀려드는 갈색 물거품과 함께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달성보의 강물은 더욱 짙은 녹색이었다. 수면에는 녹색알갱이가 떠올랐다. 보의 시멘트 벽면엔 물감을 뿌린 듯 녹조 띠가 뒤엉켜 있었다.

6월 낙동강 하류에서 시작된 녹조 현상이 북상하면서 대구에 도달했다.

녹색연합이 이달 초 확인한 녹조 현상은 경남 합천군에서부터 대구시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 일대까지 퍼졌다. 지난 6월 창녕함안보 일대의 본포취수장(경남 창원시)과 칠서취수장(경남 함안군)에서 발생한 녹조가 이달 들어 낙동강 중류로 올라온 것. 녹조는 우곡교(경북 고령군 우곡면)에서부터 도동서원(달성군 구지면 도동리), 낙동대교(달성군 현풍면), 박석진교(고령군 개진면), 고령교(고령군 성산면 )까지 번졌다.

강정고령보에서 3.5㎞ 하류에 있는 사문진교(고령군 다산면)에도 녹조가 관찰됐다. 강정고령보에 담긴 강물 역시 옅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대구시민의 약 70%가 식수로 이용하는 매곡정수장(시설용량 일일 80만t)과 문산정수장(시설용량 일일 20만t)은 강정고령보 상류 3㎞에 위치해 있다.

환경단체들은 녹조 현상이 대구까지 올라온 이유가 낙동강 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낙동강에 설치된 8개의 보가 물의 흐름을 막아 녹조 발생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 현장 팀장은 "낙동강사업 이전에는 서낙동강이나 경남 양산시 물금읍 등의 낙동강 하류 지역에 주로 녹조가 발생했다"며 "보 건설로 강물이 정체되고 폭염으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올해는 낙동강 중류지역까지 녹조가 발생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방환경청 수질총량관리과 관계자는 "낙동강 중류의 녹조 현상이 예년과 비슷해 보 건설로 남조류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지난 6월 클로로필-a 농도를 측정한 결과 강정고령보 29.0㎎/㎥, 달성보 50.2㎎/㎥로 예년수준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낙동강 수질관리 대응책

대구지방환경청은 낙동강 정수장의 경우 고도정수처리시스템이 완료돼 있어서 조류발생으로 인한 수돗물 공급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경상북도와 대구지방환경청에 따르면 낙동강 중상류 7곳의 정수장 중 대구 문산'매곡 정수장과 경북 고령 광역정수장 등 3곳은 고도처리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나머지 고도처리시설을 갖추지 않은 정수장도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상류에 있는 상주 도남 정수장, 예천 풍양'지보 정수장의 경우 하천수를 직접 취수하지 않고 하천바닥 아래로 스며든 복류수를 이용하기에 수면에 떠있는 녹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 구미 광역정수장은 2014년 준공을 목표로 고도처리시설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수질예보 및 대응조치에 관한 규정'을 통해 녹조에 단계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수질 관리는 클로로필-a 농도를 기준으로 ▷관심(70㎎/㎥) ▷주의(105㎎/㎥) ▷경계(140㎎/㎥) ▷심각(175㎎/㎥) 등 4단계로 구분된다. 클로로필-a 농도에 ㎖당 남조류 세포수를 반영해 단계를 높이기도 한다. 가령 관심단계에서 남조류 세포수가 500 이상일 땐 주의로, 5천 이상일 땐 경계단계로 조정된다.

수질측정은 낙동강 8개보 각각 상류 500m 지점에 1곳씩 총 8곳을 포함해 본류 40여 곳에서 매주 1회 실시된다. 전체 구간은 안동댐 방류지점에서 낙동강 하구까지다.

기관들의 대응조치는 단계별로 실시된다. 관심단계가 발령되면 국립환경과학원장은 하천수질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그 원인과 실태조사에 나선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폐수배출사업장, 축산농가 밀집지역 등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고 취수장과 정수장 및 상수도 시설의 수질을 모니터링한다.

주의, 경계, 심각단계로 가면 대응조치는 한층 강화된다. 지방환경관리청은 수계별 환경기초시설을 점검하고 보, 댐, 농업용 저수지 수질모니터링을 시행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시료채취 분석을 주 2회 이상 늘리고 조류가 증식한 수심 이하로 취수구를 이동한다. 나아가 취수구와 조류 중심 지역에 방어막을 설치하고, 황토 등 흡착포를 뿌리고 조류제거선을 이용해 조류를 제거한다.

하지만 올해부터 실시한 수질예보제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6월 말 낙동강 하류에서 남조류가 발생했을 때 수질예보제 시스템으로부터 아무런 이상 징후를 통보받지 못 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구미, 칠곡, 김천 등 52만 명이 식수로 이용하는 구미광역정수장은 고도정수처리시설이 갖춰지지 않았기에 조류가 북상하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며 "보의 수문을 개방하고 나아가 안동댐 방류 등 특단의 조처로 추가적인 조류 증식을 막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클로로필-a: 남조류, 녹조류, 규조류 및 편모조류 등 모든 조류에 비슷한 농도로 포함돼 있는 광합성 색소로 물속에 존재하는 모든 조류의 농도를 나타내는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남조류: 주로 부영양화된 수역에서 많이 발생하며 마이크로시스틴 등 독성물질을 생산하는 종이 다수 포함돼 있다. 따라서 남조류가 생산하는 독성 물질이 포함될 경우 건강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연못이나 호수 등에서 생육하는 수분의 꽃을 말한다. 수면이 푸른 가루에 덮인 모양을 띤다. 군체가 커짐에 따라 난형, 끈 모양, 그물눈 모양 등 불규칙한 형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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