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 영화계에 기쁜 소식이 찾아왔다. 이달 말에 열리는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이다. 김기덕 감독이야 세계적인 거장이기에 영화제 초청 소식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사실 필자가 공식 초청 소식을 기다린 것은 다른 이유에서였다.
바로 '피에타'의 촬영을 가장 친한 친구이자 필자의 영화 촬영감독이기도 한 조영직 감독이 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시기와 질투의 마음은 조금도 없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함께 기뻐할 수 있었기에 감사했고 행복했다. 영화에서 연출자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분야는 아니지만, 세계적인 영화제에 작품을 상영한다는 것은 분명 촬영감독에게도 영광되고 축복된 일인 것이다.
조영직 감독은 필자와 같은 대구 출신으로 20대 초반부터 함께 영화를 시작했던 동지이기도 하다. 그 시절 동성로 일대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영화와 미래에 관해서 이야기하던 기억이 지금도 자주 떠오른다. 그때 늘 언젠가 함께 영화를 만들자고, 우리만의 영화를 만들자고 다짐하고 약속하기를 반복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필자의 첫 장편영화 '아스라이'를 연출하게 되었을 때도 조 감독은 함께했다. 제작비가 무척 적어 조 감독에게 제공할 수 있는 촬영장비는 사실상 카메라와 삼각대뿐이었음에도 너무나 훌륭한 영상을 담아준 것에 감사했다. 그렇게 20대의 마지막까지 우리는 함께 보낸 것이다.
이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곧 개막할 영화제에서 작품이 수상했으면 좋겠다. 영화제 수상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가 더 유명해져서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극장을 찾게 되어 다양한 영화들을 활발하게 촬영할 기회가 친구에게 주어졌으면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필자 역시 더 분발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친구가 너무 훌륭해져서 더는 촬영을 부탁해도 앞으로는 안 해줄지 모른다는 공포(?)가 지금 이 순간 엄습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무더운 여름 방안에서 선풍기에 의지해 대학원 졸업논문 준비에 여념이 없을 조영직 감독이 학위를 빨리 취득하고 내년쯤에서 다시 영화를 함께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삼력<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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