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술계 '대구 KT&G 리노베이션 포럼' 뜨거운 관심

"주민과 역사성 배제된 리모델링" 이구동성 비판

영남대학교 조형연구소와 대구경북연구원이 주최하고 컬처캡컴이 주관한 제5차 대구경북 컬처매니지먼트 포럼이 10일 오후 2시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열렸다.

'대구 KT&G 리노베이션에 대한 기대'를 주제로 한 이번 포럼에는 미술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가해 KT&G 리노베이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주제발표를 맡은 미술평론가 배태주 씨는 발제문을 통해 대구문화창조발전소가 단지 공간 나열에만 그친다면 다른 지역의 창작공간과 차별성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 씨는 "시설 중심의 공간 조성, 내려받기식 프로그램의 적용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차별성을 지닌 공간 운영을 통해 사업의 방향과 내용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조성하는 데 있어 공간을 공유하는 주체들과 그 과정을 함께 검토하는 것 또한 중요한 항목이라고 지적했다.

좋은 사례로 2008년 문을 연 'Le 104'의 사례를 설명했다. 1873년 지어진 옛 장례식장을 개조한 공간에 만들어진 이것은 개관하기 전, 공사 현장에서 선행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지역민과 친숙해질 기회를 다각도로 만들고 새로운 기관의 탄생도 적극 홍보했다. 미리 선정된 아틀리에 작가들에게 작업을 제안해 자연스럽게 참가했고,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 되게 하는 것에 중점을 맞췄다. 하지만 대구 KT&G의 경우 그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 참가자들은 대구문화창조발전소의 리모델링 결과에 대해 비판을 이어갔고, 앞으로의 운영방안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는 "이 공간은 역사성과 장소성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어떤 프로그램이 들어와도 성공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수천억원의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역사적인 공간을 평범하게 리모델링한 결과를 아쉬워했다.

미술인 천광호 씨는 대구시 문화행정의 독단에 대해 지적했다. 천 씨는 "애초 운영위원, 준비단 등이 기획을 해도 대구시는 이를 다 뒤바꾸고 일방적으로 이끌어간다"고 지적했다.

당장 문을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무진의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식 영남대 교수는 "다른 지역과 세계의 아이디어를 뛰어넘는 새로운 것을 해야지, 다른 지역에서 하는 것을 답습하는 것은 창조적 정신을 오히려 갉아먹는 것"이라면서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험적 창조 공간에 대해 가다듬어가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동네 주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최옥경 영남대 대학원생은 "주민들이 생각하는 건물의 의미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리모델링 과정에서 주변 주민들과 연계한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구문화창조발전소의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최윤정 대구미술관 큐레이터는 "이 공간에는 반드시 인문학적 감성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참여 예술가로 한정 짓지 말고 기획자, 1인 생산자 등이 참여해 발전소의 역할을 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 참여한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문화창조발전소의 공식 명칭이 대구예술발전소(Daegu Art Factory)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새로운 이름은 포럼 참가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이름에서 성격을 파악하기 힘들고, 아트 팩토리는 이미 고유명사로 사용되고 있는 용어인 만큼 차별성이 없다는 것.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공모를 통해 절차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