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은 또 다른 낙동강이다. 지금은 '낙동강의 제1 지류'란 수식을 받고 있지만 역사는 내성천을 낙동강의 발원지로 기록했다. 영주 무섬마을에서 내성천과 합류하는 서천을 따라 올라가면 세종실록지리지가 꼽은 낙동강의 발원지, 죽계천이 나온다. 물이 시작하는 이곳에서 한국 유교가 첫 싹을 틔웠다. 퇴계는 그 기슭 서원에서 제자들을 길러냈다. 금빛 모래밭의 내성천은 아름다운 물돌이 마을을 빚어냈다. 영주시는 내성천의 역사문화와 자연을 발판삼아 세계관광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강이 샘솟는 곳, 유교문화가 싹트다
영주시 순흥면 배점리 내성천 상류 계곡의 물살이 바위를 빠르게 타 넘으며 하행했다. 소백산의 비로봉과 국망봉에서 샘솟은 물은 '중봉합수'에서 만나 죽계천을 이뤘다. 짙은 녹음이 드리운 그늘 아래 물은 투명한 빛으로 흘러갔다. 퇴계 이황은 이곳을 '죽계구곡'이라 이름 붙였다. 고려 말 안축은 경기체가 형식으로 '죽계별곡'을 남겼다.
낙동강의 또 다른 발원지인 죽계천은 한국 유교문화의 고향이다. 낙동강 3대 발원지 중 한 곳으로서 봉화 태백산 황지, 문경 초점(문경새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흥 소백산 중봉'이 바로 죽계천이다. 물이 모여 내를 이루는 이곳에서 한국 유교가 뿌리내렸다. 그 첫 열매가 우리나라 최초 사액서원(임금이 이름을 지어 편액을 내린 서원)인 소수서원이다. 1542년 풍기군수로 재직하던 신재 주세붕은 조선의 정치철학인 주자학을 도입한 고려 유학자 회헌 안향(1243~1306)을 기리기 위해 사당을 세웠다. 신재는 이듬해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백운동서원을 건립했다. 1550년 퇴계 이황은 풍기군수로 부임해 백운동서원을 소수서원으로 사액을 받게 됐다. 퇴계는 이곳에서 직접 제자를 가르쳐 영남 유림이라는 큰 학맥을 형성하는 데 밑바탕을 일구었다. 1871년 대원군의 서원철폐 때도 살아남은 소수서원은 350여 년간 학자 4천300여 명을 배출했다. 현재 소수서원 옆에는 죽계천을 사이에 두고 영주시가 2004년 조성한 선비촌과 선비문화수련원이 들어섰다.
박석홍 소수박물관장은 "낙동강의 또 다른 젖줄인 죽계의 물줄기는 한국 유교를 잉태했다"며 "조선의 정치철학인 성리학이 시작한 곳으로서 많은 선비들을 배출했다. 이들은 학문, 충정, 절의라는 이념을 몸으로 실천했다"고 말했다. 또 "낙동강의 발원지로 꼽히는 곳에서 유교정신이 든든하게 뿌리를 내린 것이다"고 설명했다.
◆내성천이 빚은 작품들
내성천은 유구한 세월을 거치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빚어냈다. 그 으뜸은 물돌이 마을이다.
영주 문수면 무섬마을은 내성천이 마을을 감싸 흘러 섬처럼 보인다. 선성 김씨와 반남 박씨의 집성촌인 무섬마을의 가장 큰 아름다움은 모래밭이다. 갈색 설탕을 빼닮은 내성천의 모래를 보고 있으면 눈이 달다. 물살에 쓸리는 강바닥 모래가 훤히 보일 정도로 강물은 맑다. 소나무와 사철나무가 병풍처럼 마을 맞은편에 펼쳐져 있다. 그림 같은 풍경에 외나무다리가 '화룡점정'을 찍는다.
예천 용궁면 회룡포마을은 사방 350도가 내성천으로 둘러싸여 있다. 가파른 경사로 강을 감싸는 비룡산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비룡산에는 신라시대 세워진 고찰 장안사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일대의 '삼강~회룡포 강변길'은 올해 7월 행정안전부의 전국 10대 녹색길로 뽑혔다. 강변길은 낙동강'내성천'금천이 만나는 삼강과 아름다운 풍광의 회룡포마을을 아우르는 순환코스로 구성돼 있다.
내성천은 국내 제일의 모래밭을 지녔다. 강물은 내성천 전 구간에 펼쳐진 이 모래를 거치며 맑게 정화된다. 이 물을 젖줄 삼은 느티나무, 왕버들, 회화나무가 내성천을 따라 줄지어 있다. 물속에는 청개구리, 버들치, 갈겨니 등이 유유히 헤엄친다.
봉화군 물야면 선달산 기슭에는 오전약수탕이 있다. 내성천 최상류의 샘인 이 약수는 조선 성종(1469~1494) 때 봇짐장수 곽개천이 발견했다. 특히 피부병에 탁월한 효능을 지녔다고 알려져 있다. 물야면 가평리에는 춘향전의 주인공인 이몽룡의 실존 인물로 알려진 성의성의 생가 '계서당'이 있다.
◆'우리 것'을 '세계적인 것'으로
영주시는 내성천의 자연환경과 역사문화를 살려 세계관광시장에서 경쟁하려 한다. 이를 위해 순흥면과 단산면 95만여㎡ 일대에 2010년부터 2016년까지 1천500여억원을 투입, 한국문화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있다. 한글, 한식, 한복, 한옥, 한지, 한국음악 등 6대 분야의 세계화를 통해 문화관광의 대표지역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테마파크 내 한국문화R&D지구에는 전통문화를 계승할 한문화연구소, 한국문화산업관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 국악, 판소리 등 전통소리를 테마로 한 한음악스튜디오와 풍물공연장을 설치하고, 이들과 연계해 누각과 연못, 잔디정원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려 한다.
전통숙박지구에는 한국전통 고건축을 현대적으로 재현해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한국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전통문화지구에는 마상무예 공연이 가능한 마장무예장, 활쏘기 대회'궁술회 등이 펼쳐질 국궁장, 꼭두각시 놀음 등 전통실화를 바탕으로 한 인형공연을 체험할 수 있는 전통인형극장 등이 마련된다.
영주시 문수면 탄산리에는 무섬지리문화경관도 조성된다. 2012~2015년까지 223억원을 들여 물돌이 지형과 유교 전통마을이 결합한 문화경관을 관광자원화하려는 것. 이곳에는 풍수지리 및 고지도 등의 콘텐츠를 도입해 풍수지리체험공간을 꾸민다. 나아가 실학정원, 팔괘 미로 숲, 산책로, 무섬리버카페 등을 꾸며 관람과 체험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이희도 경북도 관광마케팅사업단장은 "부석사 창건 설화인 중국 여인 선묘낭자 이야기처럼 경북의 이야기들 중에는 일본 및 중국과 관련된 스토리텔링 자원들이 있다"며 "이를 수집해 현대에 맞게 각색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전한다면 감성적인 공감대를 담은 관광지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고 제안했다. 또 "소수서원, 선비촌,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소백산 등 주변의 집적화된 자원들과 연계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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