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공항 검토, 총리가 질책 '오락가락'…2천만 지역민 우롱하나

"정부 생색내기 우려 현실로"…TF팀 꾸린 대구시 등 난감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이 남부권 신공항 재추진을 천명하는 등 신공항이 정치권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2천만 명 남부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대구경북은 물론 울산'경남, 호남'충청권 등 남부 지역민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은 14일 국무회의를 마친 직후 나온 김황식 국무총리의 발언 탓이다. 김 총리는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만희 국토해양부 1차관을 따로 불러 "남부권 신공항 사업은 지난해에 이미 백지화됐고, 저와 대통령까지 사과한 마당에 국토부가 왜 또다시 국민에게 혼란을 주느냐"며 "다시는 이런 논란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줬다.

이에 한 차관은 "국토부가 검토하고 있는 조사는 5년마다 수립하는 전국 공항 개발 중장기 계획을 앞두고 국내 15개 공항의 수요를 알아보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리가 이날 한 차관을 질책한 이유는 국토부가 남부권 신공항 건설 검토 작업을 위해 용역비 10억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했다고 13일 발표했기 때문이다. 2년 뒤 실시할 예정이던 전국 공항 수요 예측과 확장에 대한 조사를 애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2013년에 실시하기로 한 게 골자다. 국토부는 지난해 1월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을 통해 신공항 건설과 전국 17개 공항 확장'이전안 비교 조사를 2년 뒤인 2014년에 하도록 규정했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항공 수요 조사를 정확히 하려면 연구 조사에만 1년이 넘게 걸리고 공항을 짓거나 확장하는 데 길게는 10년도 넘게 걸린다"면서 "최근 일부 공항의 항공편'이용 승객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공항들이 버틸 수 있는 한계시기를 고려해 하루라도 빨리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토부와 국무총리의 엇갈린 발언에 지역민들은 지난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신공항 계획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것처럼 또다시 국민을 우롱하느냐며 발끈하고 있다.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추진위원회' 강주열 추진위원장은 "국토부 첫 발표가 있을 때부터 정부의 생색내기가 아니겠느냐고 생각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또다시 지역민들을 갖고 놀고 있다"며 "중앙정부가 남부권 신공항을 이슈화해주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진정성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최근 정부의 남부권 신공항 재추진 기조에 맞춰 대구'경북'울산'경남을 아우르는 '신공항 재추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대구시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남부권 신공항 재추진 의사에 크게 고무돼 있는데 하루가 멀다고 오락가락해서 헷갈린다"며 "정부의 입장에 상관없이 남부권 신공항 건설을 위한 당위성 확보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해양부 차관을 지낸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대구 중남구)은 16일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총리가 국토부 1차관을 질책한 것은 당정협의 등 어떠한 논의나 보고도 없이 발표한 절차상의 하자에 대해 주의를 준 것"이라며 "신공항 재추진을 정부가 번복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국토부가 신공항 타당성 재검토 예산 신청을 한 것은 2016년 시작되는 제5차 종합계획(2016~2020)에 신공항 건설안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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