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 대구도시철도 역사 안에서 화재 경보가 울려 지하철 이용객들이 큰 혼란에 빠졌으나 정작 역무원들은 화재 대응 기본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9년 전인 2003년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를 겪은 대구도시철도가 사고 대응에서 아직도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27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 전동차 화재 때 기관사와 종합관제소가 사고 대응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한 것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30일 대구 중구 반월당역 이용객들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22분부터 반월당역사 내에 설치된 모니터인 화재수신반에 갑자기 '역사 내 화재 발생'이라는 문구와 함께 '삐~삐~'하는 경고음이 강하게 울렸다. 동시에 기계음 방송을 통해 "지금 화재가 발생했으니 긴급히 대피하세요"라고 대피를 종용하는 방송이 나왔다는 것.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도 작동이 중단됐다.
화재 경보음이 울리자 도시철도 승객과 반월당역사에서 휴식을 취하던 시민들은 우왕좌왕하며 어쩔 줄 몰랐다. 한 시민은 "화재 발생 방송이 나오자 주변 사람들이 놀라서 얼어붙은 듯 했다. 당황한 탓에 주위만 두리번거릴 뿐 어느 곳으로 대피해야 할지 당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용객들을 대피시키는 등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할 역무원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시민들은 주장했다. 역내에 있던 시민들이 계단을 이용해 지하 1층까지 올라와 출입구를 향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길 때까지 안전한 대피를 인도하는 역무원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 일부 시민들이 개찰구로 가서 역무원에서 상황을 물었지만 "별일 아니다"며 무뚝뚝하게 대답했고, 공익요원이 멈춰진 에스컬레이터 앞에 선 채 "신경 쓸 것 없다. 오작동이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화재 경보가 울렸음에도 도시철도는 화재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았다. 도시철도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하면 역무원들은 현장으로 달려가서 초동진화 또는 119 신고를 하고, 나머지 역무원들은 승객을 안전한 장소로 대피를 도와주게 돼 있다. 더욱이 기계 오작동이 발생하면 즉시 역무원이 육성으로 '오작동'을 알리는 방송을 하게 돼 있지만 이마저도 없었다.
시민 하모(45) 씨는 "8분쯤 지나서야 상황이 정상화됐지만 그동안 역무원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9년 전에 도시철도 참사를 겪고도 매뉴얼을 전혀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이렇게 불안해서야 어떻게 도시철도를 이용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반월당역 관계자는 "습도가 높고 먼지가 많으면 가끔 기계가 오작동을 한다. 경보음이 울리자마자 감시카메라로 오작동임을 파악했다"며 "점심시간이어서 '오작동'을 알리는 육성 방송이 늦었고, 공익요원만 현장에 보냈다"고 해명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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